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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복음이 온 세상에

나를 비운 자리에 연합의 결실이

2025.04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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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고 합니다. 지금껏 복음을 위해 연합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듣고 배워 잘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심 어린 연합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낮추고 하나님을 닮으려 할 때 이뤄진다는 사실을 말레이시아 쿨라이 선교를 통해 비로소 체득했습니다.

    저희 선교단은 연령도, 상황도 다른 장년, 부녀, 청년 등 8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하늘 가족을 찾아 하나님께 기쁨 드리겠다는 일념과, 소속 당회가 같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점을 활용해 출국 전 준비 모임을 자주 가졌습니다.

    모임에서 성경 말씀을 살필 때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연합입니다. 아무리 외국어를 잘하고 진리 발표를 유창하게 해도 식구들과 하나 되지 않으면 하나님의 능력을 덧입을 수 없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어떤 정신으로 복음에 임해야 하는지를 거듭 되새기며 내 열매, 내 목표가 아니라 살려야 할 영혼들을 먼저 생각하고, 그 사명을 함께할 식구들의 마음과 형편을 헤아리자고 다짐했습니다. 그것이 곧 저희를 보내시는 하나님의 뜻이니까요. 초반에는 각자의 여건이 달라 한 번 모이기도 어려웠던 저희는 출국할 때쯤에는 같은 목표를 가진 한 팀이 되었습니다.

    선교 목표는 쿨라이 지역에 시온을 건설하는 것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 조호르주의 도시인 쿨라이에는 작은 지교회만 있어, 현지 복음에 보탬이 될 일꾼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도울 일이 많을 것이라 예상은 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전도뿐 아니라 예배 준비와 진행, 성전 청소 등 다양한 곳에서 일손이 필요했습니다. 즉시 저마다 역할을 맡아 움직였습니다. 예배 전 식구들을 맞이하는 일부터 예배 후 정리, 중간중간 식사 준비까지 모든 일을 적은 인원이 나눠서 하다 보니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이끌어가셨던 초창기 복음이 떠올랐습니다.

    일꾼이 얼마나 부족한지 피부로 느끼면서, 복음을 전하는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습니다. 등줄기에 땀이 계속 흘러내리는 한여름 날씨에 말씀을 달게 들을 영혼을 부지런히 찾아다녔습니다. 진리를 영접한 지 얼마 안 된 현지 식구도 함께해 주니 모두 의욕이 넘쳤습니다.

    안타깝게도 땀방울의 결실이 바로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 말레이어를 떠듬떠듬 구사하는 와중에 저희가 만난 이들은 대부분 취업을 위해 이주한 인도, 네팔, 인도네시아, 미얀마 사람들이었습니다. 게다가 쿨라이에는 기독교인이 적었고,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강한 반발을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열매는 고사하고 한 말씀이라도 제대로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간절해졌습니다.

    사흘, 나흘… 시간이 흐르며 출국 전 상고했던 말씀들이 빛을 발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흔들려 각자의 경험과 방식대로 행동했을 테지만, 누구보다 하나님을 의지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하나님께 배운 대로 행하려 힘썼습니다. 매일 아침 함께 짧은 영상 설교를 시청하면서 ‘내 생각’을 비운 뒤 활동을 시작했고 저녁에는 하루를 돌아보는 모임을 가지며 다시금 믿음을 다잡았습니다. 어느 날에는 팀장님이, 자신이 더 배려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순간, 말하지 않아도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다들 애타하면서도 누군가가 위축될까 봐 겉으로 티를 내지 않고 서로를 위해 애쓰고 있었음을 확인하며 똘똘 뭉쳤습니다.

    동시에 한국에 있는 당회 식구들이 저희를 위해 일만 번의 릴레이 기도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른 공간에 있지만 같은 목표를 위해 한마음으로 많은 식구가 기도하고 있다니 절로 힘이 샘솟았습니다. 놀랍게도 다음 날부터 매일같이 하늘 가족을 찾았습니다. 국경을 초월해 연합으로 이룬 결실이라 더욱 귀중하고 감사했습니다. 하나 된 힘이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 깨달았음은 물론입니다.

    체류 기간 중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느라, 말씀을 전하던 발이 며칠간 묶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습니다. 사랑으로 하나 된 자녀들에게 하나님께서 보여주시는 권능을 계속 경험하고 있었기에, 저희는 외부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하나님을 의지하며 서로를 챙기고 보듬는 데 주력했습니다. 침례를 받기로 약속했던 분들과 못 만날까 초조할 때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하나님께 기도로 매달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아버지 어머니께서 길을 열어주셔서 모든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말씀을 살피던 분들도 순탄하게 하나님 품으로 나아왔습니다. 복음은 하나님께서 경영하신다는 말씀이 문자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저희가 아무것도 못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작정하셨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간 39명이 하나님 품으로 나아왔고 그중 17명은 규례를 지키는 축복도 받았습니다. 새 식구들은 지금도 부지런히 진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희 8명, 아니 많은 시온 가족의 기도를 이뤄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돌아보면 복음 길에서 직면한 어려운 상황은 오히려 하나님을 의지하고 연합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오랜 기간 같은 당회에서 동고동락한 식구들이라 서로의 그런 점은 잘 알고 있었지요. 누구는 체력이 부족하고, 누구는 언어가 안 되고…. 하지만 달리 보면 서로의 장점도 더 잘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저희들에게서 늘 좋은 점만 보시고 그 부분을 크게 여겨주시기에, 저희 역시 ‘이 점은 고쳤으면 좋겠다’, ‘이렇게 하면 될 텐데’라고 지적하기보다는 서로를 위해 한 번 더 기도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러다 이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식구들의 장점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간 부녀로서, 장년으로서, 청년으로서 저마다 다양한 복음의 경험을 했지만 이번 선교는 또 다른 배움터였습니다. 경험에 의존한 습관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아버지 어머니를 온전히 의지하게 되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버릴 수 있었습니다. 영혼을 살리는 하나님의 심부름을 하러 갔는데, 아버지 어머니께서 걸어가신 복음 길을 조금이나마 체감하며 그 사랑과 희생을 헤아리니 오히려 저희의 영혼이 살아남을 느꼈습니다.

    시온의 향기로만 듣던, 축복이 예비된 길에 참여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저희 앞에 열어주신 기회의 문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려 합니다. 전 세계에 흩어진 자녀들을 다 찾아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하나 되어 올리는 기도와 한마음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언제 어디서든 연합의 힘을 발휘해 결실을 맺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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