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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복음이 온 세상에

여러 지체가 서로 같이하여

2024.04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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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전, 청년 모임에서 시간의 중요성에 관한 교육을 들었습니다. 복음의 일꾼이라면 하나님께서 주신 시간을 짜임새 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청년의 시기에 무엇으로 하늘의 축복을 쌓을지 고민하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에서 복음을 전하겠다는 소망을 품었습니다.

    포부는 거창했으나 인도에 가기까지 준비할 게 많았습니다. 힌디어 배우기가 급선무였지만 만만치 않았습니다. 자음과 모음, 자주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을 쓰고 읽고 외워봐도 자고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학습했습니다. 함께 선교를 떠날 팀이 꾸려지고, 여러 활동을 병행하며 눈코 뜰 새 없이 지내는 사이 어느덧 인도에서의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인도는 언어만큼이나 낯설었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저희를 반기고 도와준 식구들 덕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본격적인 선교에 돌입할 수 있었습니다.

    인도의 더위는 한국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온몸이 젖을 만큼 땀이 흐르고 피부가 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햇볕이 뜨거웠습니다. 우기에는 종일 억센 비가 내려서, 우산이나 우비도 소용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었습니다. 날씨가 어떻든 개의치 않고 열심히 전도하는 현지 식구들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뙤약볕에나 궂은 날에나 말씀 전하기를 쉬지 않으셨던 하늘 아버지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그런 사랑과 희생이 있었기에 이렇게 먼 인도에서도 형제자매를 찾았다 생각하니 한 명 한 명이 참 소중했습니다.

    더 많은 하늘 가족을 찾으려 매일 전도에 나섰습니다. 말씀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약속한 사람이 늘수록 금방 좋은 결과를 얻을 것 같았는데 오랜 기간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기도가 간절해졌습니다. 단원들도, 목회자분들도 저를 위해 함께 기도해 주었습니다. 제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먼저 알아채고 도와주려 애쓰는 식구들 덕분에 힘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작은 마을의 골목 끝에서 수프리아라는 여성을 만났습니다. 그는 재앙에서 보호받는 하나님의 약속이 담긴 유월절에 관한 영상을 유심히 보고는 다음에도 말씀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매주 찾아가 진리를 전할 때마다 진지한 태도로 경청하던 수프리아는 얼마 뒤 안식일에 시온으로 와서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소식을 들은 식구들은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셨다며 감사를 올렸습니다. 제 일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고 기뻐하는 식구들을 보며 우리가 정말 하나님의 살과 피로 하나 된 하늘 가족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느꼈습니다.

    이후로도 수프리아 자매님의 공부는 이어졌습니다. 현지 식구들이 자매님에게 말씀을 알려주는 동안 저는 자매님의 아기를 돌보거나 옆에 앉아 성경 구절을 찾아주곤 했습니다. 하루는 자매님이 제게 물었습니다.

    “왜 자매님은 제게 말씀을 가르쳐주지 않아요? 자매님이 해주는 성경 발표를 듣고 싶어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간 말씀의 꼴 먹이는 일은 당연히 현지 식구들의 몫으로 여겼습니다. 힌디어가 유창하지도 않은데 나서봐야 무슨 도움이 되겠나 싶었으니까요.

    옆에 있던 현지 식구가 “아니모(Ánimo)!”라는 말과 함께 제게 성경책을 건넸습니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한 뒤 어머니 하나님에 대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이어갈 때마다 수프리아 자매님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큰 목소리로 “아멘”을 외쳤습니다. 간신히 발표를 끝내자 아주 이해가 잘 되었으니 다음에도 가르쳐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식구들을 통해 용기를 얻고, 제 입술을 통해 어머니 하나님을 증거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인도에서 보낸 일 년은 한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형제자매와 똘똘 뭉친 시간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지체가 연합하고 어우러질 때 아름다운 생명의 향기를 발하도록 하신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깨달았습니다. 이 글을 빌려, 전 세계 복음 완성을 위해 각자 받은 사명을 수행하며 힘쓰는 시온 가족 모두에게 저도 응원을 보냅니다. 아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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