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건설 현장 관리자로 일합니다. 여태 본사에서 서류만 처리하다가 현장으로 나와 보니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작업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기계와 컴퓨터가 많은 일들을 처리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건설 현장마다 설계가 다르고 사용하는 기계도 달라서 마무리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 수십 킬로그램은 족히 나가는 돌들을 쌓아 담벼락을 구축하는 일을 제 아버지뻘 되는 어르신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셨습니다. 힘들지 않으시냐는 제 질문에 “이 나이에도 할 일이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라며 오히려 웃어 보이시더군요. 어르신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일하는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아버지께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겠구나 하다가 멈칫했습니다. 제가 잊고 있던 한 분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낮에는 힘든 석수 일을 하시고 밤이면 날이 새도록 생명책자를 쓰신 나의 아버지. 37년 고난의 세월을 사시면서도 자녀 찾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신 그 희생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포클레인으로 작업 현장까지 돌을 날라주지만 예전에는 돌을 나르는 일도 사람이 직접 했다고 하니 그 노고가 얼마나 크셨을까요. 아버지께서 희생으로 닦아주신 길을 걸으면서도 편안한 복음 환경에 익숙해져서 작은 불편도 참지 못하고 더 좋은 것을 달라고 떼를 쓰고 있었으니…. 하늘 부모님의 사랑을 잊어 돌같이 굳은 심령을 오늘도 잔잔한 감동으로 일깨워 주신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