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손 편지 쓰기를 좋아합니다. 시온 가족들에게도 종종 편지를 써서 건네지요. 짧은 생일 축하 메시지도 모바일 자판 몇 번 두드려 간단하게 주고받는 디지털 시대에 제가 굳이 번거로운 손 편지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펜을 꾹꾹 눌러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하는 그 시간 동안 오롯이 편지를 받을 사람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 편지야말로 제 진심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젠가 시온 식구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편지를 쓰다가 문득 저에게 보낼 사랑의 편지를 수십 년간 묵묵히 쓰셨을 하늘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긴 세월에 걸쳐 여러 권의 진리책자를 쓰시며 자녀들의 얼굴을 얼마나 많이 떠올리셨을까요. 어쩐지 가슴이 먹먹해져 잠시 펜을 내려놓고 아버지께서 쓰신 《하나님의 비밀과 생명수의 샘》 책자를 꺼내 서문을 펼쳤습니다.
“이 책은 … 하나님께서 마지막 남은 백성들에게 주시기 위하여 감추어 두신 하나님의 마지막 비밀입니다. … 누구든지 진리를 갈망하시는 분이 계시오면 이 책을 연구하시고 잘 이해가 안 가시면 지체 마시고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아버지께서 자녀들의 구원을 위해 흘리신 땀과 눈물 그리고 책자 속에 담아놓으신 크나큰 사랑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밤낮으로 험한 산길 다니며 구원의 소식을 알리시고, 그것도 모자라 지친 몸으로 어둠 속 등잔불에 의지한 채 절절히 써내려 가신 편지를 제가 읽고 있다는 사실이 말할 수 없이 감동스러웠습니다.
이 편지가 자녀들에게 전해지기까지 아버지께서는 얼마나 오랜 세월을 쓰고 또 쓰셨을까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에게 묵묵히 당신의 사랑을 고백하신 아버지. 그날따라 더욱 깊고 진하게 느껴지는 아버지의 사랑에 벅찬 감동을 안고 편지 쓰기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날, 마음이 잘 전해졌는지 제 편지를 받은 식구들은 하나같이 기뻐해 주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당신의 사랑이 담긴 책자를 읽으며 복음의 멋진 미래를 꿈꾸고 어머니와 동행하는 자녀들의 모습을 하늘에서 보시고 참 기뻐하시겠구나 싶었습니다.
아버지, 저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의 편지를 아직 읽지 못하고 세상에서 방황하고 있는 하늘 가족을 속히 찾아서 함께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아버지, 너무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