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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직원들이 불친절한 이유

2025.02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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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희 부부는 하나님의 은혜로 인도에서 복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왔을 때는 혼잡한 교통과 쉴 새 없이 울리는 경적 소리에 당황하고 날씨와 풍습이 여러모로 낯설기도 했지만 지금은 적응이 되었습니다. 알고 보면 인도는 한국과 비슷한 점도 많습니다. 가족 중심적인 생활, 이웃과 음식을 주고받을 때 빈 접시에 꼭 음식을 담아서 돌려주는 문화 등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이 한국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무엇보다 인도에도 사랑하는 하늘 형제자매가 있고, 모두 천국 복음 완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 한국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이곳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이 있습니다. 저희는 장을 볼 때 주로 세 군데의 마트를 갑니다. 채소는 농산물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어도 공산품이나 기호식품, 냉장 식품 등이 필요할 때는 마트를 이용하기 마련이지만 사실 그중 두 마트는 가기 꺼려집니다. 직원들이 불친절하기 때문입니다.

    A마트 직원들은 매번 멤버십 가입을 강요하고 거절하면 불평하거나 계산을 지연하곤 해서 손님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손님이 있든 없든 매니저가 직원들을 모아놓고 야단을 쳐서 손님인 저희가 다 긴장하고 놀랄 정도입니다. B마트는 직원들이 자주 짜증을 냅니다. 손님이 계산하러 카운터에 다가가도 자신들이 하던 일에 집중하느라 대꾸조차 안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계산해 달라고 부탁하면 지친 표정으로 한숨을 쉬거나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그럼에도 A마트에서만 향신료, 유제품 등을 팔고, B마트는 밤늦은 시간까지 여는 가게여서 불가피하게 이용해야 합니다.

    최근에 두 마트의 직원들이 불친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B마트 직원들이 저희가 현지어를 알아듣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었는데 그들은 매니저에게 혼날 것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세탁한 유니폼을 받았지만 하루 만에 더러워졌어요. 분명 매니저가 야단치겠죠.”

    “이 일을 하다 보면 더러워질 수밖에 없어요.”

    “지난번에도 다 내 잘못이라 하더라고요.”

    “내가 실수한 것도 아닌데 왜 항상 나를 지적하는지 모르겠어요.”

    매니저가 직원들에게 멤버십 가입 성과만을 강조하거나 무례하게 대하고 징계를 경고하면서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했기에, 직원들이 매니저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눈치만 보다 보니 고객 응대는 늘 뒷전이었던 것입니다.

    반면 저희가 단골로 이용하는 C마트는 직원들이 항상 친절하고, 서로의 일을 도와주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그곳의 매니저를 한두 번 본 적이 있는데, 직원들을 하대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고 신사적으로 말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세 마트의 매니저와 직원의 모습을 통해 저의 모습을 돌아보았습니다. 식구들을 어떤 표정으로 대했는지, 응원과 격려의 말을 자주 했는지, 식구들의 수고를 알아주고 실수를 관대하게 용서했는지, 혹여 칭찬한다면서 잔소리를 하지는 않았는지,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에만 급급해 식구들에게 답답함을 내비치지는 않았는지 생각하며 깊이 회개했습니다. 마트 매니저가 직원들을 질타함으로써 마트 전체 분위기가 무거워져 손님까지 불편하게 했듯, 지적하고 질책하는 말이 교회 전체 분위기를 해치고 식구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마트의 매니저처럼 식구들을 항상 격려하고, 긍정적인 말과 칭찬을 많이 해야 시온이 기쁨과 행복이 넘쳐나는 곳,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곳이 될 것입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 보면, 저희 부부를 보고 현지인들이 먼저 한국인이냐고 묻기도 합니다. 저희가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저희가 서로 한국어로 대화를 나눌 때, 한국말인 것을 알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현지어인 텔루구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을 처음 보니까 무척 신기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럴수록 더더욱 말 한마디라도 조심히 하고, 아름답고 은혜로운 말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은 최근 들어 조금씩 발전해 가는 도시지만 선진국의 대도시에 비하면 교육, 생활환경, 경제 면에서 어렵고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시온 식구들의 모습은 늘 감동입니다. 학교에 다니지 못해 글을 모르는 장년부들이 글자를 더듬더듬 읽어가며 발표를 연습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도 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오토릭샤(삼륜 전동 스쿠터로, 인도의 주 교통수단) 운전을 하면서도 시간을 내서 복음에 동참하는 장년도 있고, 다리가 불편한데도 부지런히 식구를 방문하고 한 영혼을 찾으려 애쓰는 식구도 있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식구들은 늘 주인의식을 갖고 전도에 힘쓰며 목표를 위해 나아갔습니다. 이번 깨달음을 마음에 새기고, 이제는 식구들에게 긴장감이나 부담을 주기보다 “고난과 역경을 다 이겨내고 복음을 위해서 수고해 주어 고맙습니다, 많이 사랑합니다, 여러분이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라는 따뜻한 말을 자주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마트 매니저와 직원들을 통해 저를 돌아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늘 어머니를 뵙고 싶어 하는 식구들과 그 사랑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어머니의 마음을 오롯이 전하는, 사랑 가득한 자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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