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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진정한 한 지체

2025.01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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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온에서 점심식사 후 식당을 빠져나오다 저도 모르게 손을 다 빼지 않고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검지가 문 사이에 끼었습니다. ‘악’ 하는 신음소리를 내뱉는 순간,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못질을 하다 망치로 손가락을 때린 느낌이랄까요.

    얼른 손가락을 들여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찍힌 자국과 함께 손가락에 파랗게 피멍이 들고 피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화장지를 손에 들고 있어서 다친 손가락을 돌돌 말아 지혈했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조금 지나니 통증도 조금 가라앉고 피도 멎는 듯했습니다. 이제 되었다 싶어 밴드라도 붙이려고 하는데 그걸 본 시온 가족들이 번갈아 가면서 하나같이 걱정을 하는 겁니다.

    “어디 봐요. 아휴…. 얼마나 아팠어요?”

    “손가락이 엄청 아플 텐데….”

    “얼른 밴드 붙이세요. 자매님, 밴드 있으시죠?”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준비성 좋은 자매님이 가방에 있던 밴드를 얼른 챙겨 건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식구가 조심스럽게 상처에 밴드를 붙여줬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남편이 다친 손가락을 걱정하며 다시 살피고 소독을 해줬습니다. 손가락 조금 다쳤는데 이렇게 많은 이들이 마치 자신이 다친 것처럼 걱정하고 관심을 가져주는구나 싶어 마음이 훈훈해지고 감사했습니다.

    문득 20여 년 전 일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어리던 연년생 두 아이를 데리고 택시에서 내리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내리는 데 집중하느라 미처 제 손을 신경 쓰지 못하고 택시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엄지가 끼었는지 심하게 아파왔지만 아이들을 챙겨서 집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짐을 챙겨 집으로 갔습니다.

    집에 들어오고 나서야 손가락이 많이 다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필 남편이 직장에서 당직을 서는 날이어서 아이들만 두고 저 혼자 병원이나 약국에 갈 수 없었습니다. 결국 통증을 고스란히 느끼며 밤을 샜습니다. 엄지 주변은 심하게 멍이 들었고 얼마 후 손톱도 빠졌습니다. 다행히 새로 난 손톱이 예쁘게 자라주었습니다.

    20년이 넘은 일이지만 그때 일이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로지 아이들 생각에 통증을 견뎠던 시간을 생각하면 ‘나도 엄마구나’ 싶습니다. 더불어 하늘 부모님이 생각납니다.

    하늘 어머니께서는 일평생 당신의 고통을 감추신 채, 오직 자녀들의 안위와 아픔을 먼저 생각하시며 모든 것을 감당하고 계십니다. 하늘 아버지께서 걸으신 길을 어머니와 한 몸이 되어 따라 걸어간다 말하면서도 어머니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꼈나 돌아봅니다. 하늘 가족을 어서 다 찾도록 밤새워 눈물로 기도해 봤는지, 하나님의 음성을 전하는 발걸음을 애타는 심정으로 옮기고 있는지, 복음 안에서 매사에 열정을 다하고 있는지, 형제자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봤는지…. 돌아보면 죄송하고 부끄러운 모습들이 많습니다.

    나의 아픔보다 오직 아이들을 생각했던 20년 전 그 일을 기억하며, 남은 복음 생애는 당신보다 자녀들의 안위가 먼저이신 어머니 사랑의 마음으로 임하겠습니다. 형식적이 아닌 진정한 회개와 감사로, 어머니와 진정한 한 지체가 되어 그 뒤안길을 따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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