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맞아 짧게 단기선교에 참여했습니다. 선교지는 말레이시아 남부 조호르주(州)에 있는 작은 도시 마사이. 단기선교가 처음 진행되는 곳에 파송되는 단기선교단원으로서 많이 긴장됐습니다. 말레이시아는 기독교인이 10퍼센트 정도고 타 종교인에게 섣불리 개종을 권할 수 없는 문화입니다. 쉽지 않은 영적 환경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이제 막 복음에 박차를 가하려는 현지 식구들과 잘 연합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팀원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아 출국 일주일 전부터는 단기선교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기도드렸습니다.
출국을 사흘 정도 앞두고 뜻밖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사이 시온에서도 모임과 예배 때마다 저희의 선교 목표 달성을 위해 합심으로 기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작 전부터 마음을 모아주는 식구들에게 감사했고 벌써 단기선교가 시작된 듯 설렜습니다.
6시간가량 날아 도착한 싱가포르에서 차를 타고 국경 다리를 건너 마사이에 도착했습니다. 현지 식구들은 손수 만든 사탕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며 저희를 환대했습니다. 이런 환영을 받아도 되나 싶었는데 돌이켜 보면 그건 하늘 어머니께서 보내신 선교단을 맞이하는 식구들의 정성이었습니다.
마사이에는 대개 가까운 싱가포르로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어 사용하는 언어도, 민족도 다양했습니다. 말씀을 전하러 나서면 말레이어 말고도 이반어*, 영어, 중국어 사용자, 가끔은 미얀마어, 타밀어**, 펀자브어*** 등을 쓰는 사람도 만났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본 말레이어를 채 숙지하기도 전에 여러 언어를 사용하느라 머릿속 언어 회로가 제대로 꼬였습니다. 동시에 기독교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한마디도 능숙하게 내뱉지 못하고 현지 식구들을 의지하기 바빴습니다.
적도의 뜨거운 햇빛과 물속에 있는 듯한 습도, 언어 장벽 앞에 주춤하는 동안 현지 식구들은 앞장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중 한 형제님은 단기선교단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휴일 하루만이라도 전도에 참여하고 싶어 직장이 있는 싱가포르에서 퇴근하자마자 말레이시아로 온 식구였습니다.
형제님이 말씀을 전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들뜬 발걸음, 진리에 대한 확신으로 반짝이는 눈, 천국 소망을 담은 미소…. 복음 전할 사명을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고 기쁘게 임하는 형제님을 통해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말씀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성령 시대 구원자를 깨닫지 못하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한나절이 지났습니다. 형제님은 돌아갈 시간이라 저희끼리 저녁 일정을 준비하는데, 형제님이 끝까지 참여하기를 원했습니다. 저희는 그런 형제님에게 귀한 결실이 맺히기를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그러다 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기독교인이라는 그에게 어머니 하나님과 새 언약 유월절을 증거했습니다. 그는 진리를 인정했지만 유월절 지키기는 망설였습니다. 그때 형제님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무얼 고민하세요? 이건 당신을 위한 거예요. 저는 힘들게 일하지만 그런 중에도 하나님의 규례는 반드시 지킵니다. 천국 가는 확실한 길이니까요.”
진심 어린 형제님의 권유 끝에 그는 마음 문을 열고 새 생명의 축복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형제님은 저희가 택시를 타고 시온으로 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서야 싱가포르로 걸음을 돌렸습니다.
애발스러운 형제님의 모습을 보고 단기선교에 임하는 저의 자세를 돌아봤습니다. 현지 교회에 보탬이 되기를 소원했지만 그저 가만히 서서 누군가 제 역할을 대신하기만 기다렸습니다. 단기선교에 주신 축복을 믿고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복음에 동참하는 현지 식구들과 상반된 모습이었습니다.
부끄러움에 회개의 기도를 드리고 이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나섰습니다. 말이 통하는 상대에게는 적극적으로 말을 걸며 진리를 전하고, 말이 안 통하면 곁에 있는 식구들에게 부채질이라도 했습니다. 어깨너머로 배운 이반어를 써보기도 했습니다. 환경은 변하지 않았지만 마음가짐이 변하니 행동이 달라졌습니다.
예정된 일주일이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한 명 한 명 정성으로 말씀의 씨앗을 심다 보니 17명이 진리를 영접했습니다. 형제자매와 연합하는 사이, 신나게 새 언약을 전파하는 사이 단기선교단과 마사이 시온 가족들은 하늘 가족을 찾자는 간절함으로 똘똘 뭉친 ‘사이’가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많은 식구들이 단기선교에 참여한 모두에게 복음의 결실을 달라고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엘로힘 하나님께서는 그 기도까지도 응답해 주셨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를 줄 모르고 그저 흘려보냈던 시간들이 아쉽습니다. 다행히 아직 조금의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천국 복음이 완성되는 날까지, 제게 주어진 위치에서 복음 사명에 열과 성을 다해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 다짐합니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작별 인사를 하면서 식구들은 하늘 본향에서의 재회를 기약했습니다. 천상의 언어로 하늘 아버지 어머니를 찬양할 그 자리에, 같이 땀 흘렸던 모든 시온 가족들과, 당장은 진리를 영접하지 않았지만 끝내 하나님 품으로 나아올 이들이 함께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등지에 거주하는 이반족이 사용하는 언어.
**인도 타밀나두주, 스리랑카의 공용어.
***인도 펀자브주 공용어. 파키스탄 일부에서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