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복음의 종주국인 대한민국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영적으로는 캄캄하고 어두운 곳입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진리의 빛을 환히 비추어 잃어버린 형제자매 찾아 어머니께 기쁨을 드리자는 각오로 오사카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나선 첫 전도에서 캐리어를 끌고 가는 여성분을 만났습니다. 이런 분들은 대개 관광객인 경우가 많아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는데 현지 식구분은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단기선교단과 함께하는 첫날이니 오늘은 한번 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마침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던 그분은 30분가량 말씀을 경청하다가 병원에 다녀와야 하니 한 시간 뒤에 다시 만나자 하고는 자리를 떠났습니다. 약속대로 만나 말씀을 더 살피고 새 생명의 축복을 받은 자매님은 나중에 “좋은 말씀 알려줘서 감사하다”며 먼저 연락을 해올 만큼 마음이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자매님이 집으로 돌아간 직후 대학생 한 분도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첫날부터 오전 오후에 하늘 가족을 연달아 찾고 나니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내일은 더 놀라운 일이 가득할 것이라는 기대에 설렜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낭보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선교 기간의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하던 중 현지 식구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한 달 넘게 아무도 말씀을 들어주지 않았을 때 낙담하기보다 어머니께 너무 죄송했다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 함께 땀 흘리고 전도하면서 “우리가 형제자매를 못 찾아 여러분이 제일 더울 때 오셔서 고생하시네요”라며 진심으로 미안해하던 모습, 폭염 중에 전도 장소까지 자전거나 지하철로 1시간 넘게 왔으면서도 오히려 우리에게 “오사카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고마워하던 모습…. 사람들의 무관심과 냉대에도 낙심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일본의 복음 발전이 더딘 것을 자신의 탓으로 여기는 식구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나왔습니다. 이후 제 기도 주제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고생하는 우리 오사카 식구들, 꼭 열매 맺게 해주세요.’
새로운 기도를 드리고부터 새로운 힘이 샘솟았습니다. 일본인들은 외국인들에게 친절한 편이라 현지 식구들을 대신해 부지런히 말을 걸었습니다. 매몰차게 무시하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단기선교를 오지 않았다면 현지 식구들이 감내해야 했을 대우를 우리가 대신 받았다는 데 감사했습니다.
게다가 어머니께서 “우리의 복음은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 기운이 났습니다. 매일매일 말씀을 전하면서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으니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만날 거라는 생각에 매 순간이 설레고 발걸음에 힘이 실렸습니다. 그래서 한 청년이 생명의 예식에 참여하기를 30분 동안 망설이다 그냥 갔을 때도 안타깝기야 했지만 ‘기다리던 사람이 아닌가 보다’ 하며 아쉬움을 털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인내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늦은 밤 청년 한 분이 하나님의 품으로 인도되었습니다. 애타게 기다리던 소식에 정말 기뻐서 감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한 영혼의 소중함을 이토록 가슴 절실히 느낀 건 부끄럽게도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한 영혼을 진리로 인도하기가 이렇게나 어려운데, 힘들게 찾은 식구 한 명 한 명이 모여 오사카에 아름다운 시온이 세워졌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감사했습니다. 오사카뿐 아니라 전 세계 7500개 교회 모두 아버지 어머니의 크나큰 희생으로 세워지고 위대한 사랑을 밑거름으로 성장했겠지요. 우리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난과 희생의 길을 아버지 어머니께서 기꺼이 걸어가신 것은 당신의 목숨보다 사랑하는 자녀들이 기다림을 누구보다 잘 아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진리책자에 쓰신 ‘지칠 줄 모르는 사랑’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적절한 것 같습니다.
숨 막히는 더위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말씀을 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제게 다시 해외선교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사카에 또 갈 것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쁜 형제자매들이 오늘도 오사카에서 땀을 흘리며 복음의 길을 걷고 있고, 아직 만나지 못한 형제자매들이 어딘가에서 재앙을 두려워하며 하나님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기다리는 이들을 만나러 가는 설렘을 품고 오늘도 기도합니다.
“어머니, 오사카 복음의 문을 활짝 열어주세요.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이 영육 간 건강하도록 지켜주시고 더위 없는 천국에서 모두 만나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