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가 고관절 수술을 받았습니다. 엄마는 한 달간 병간호를 해드리려 집을 비웠습니다. 할머니의 건강도 염려되었지만 엄마도 걱정이었습니다. 식사는 잘 챙겨 드시는지,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은지 틈틈이 전화를 걸어 할머니와 엄마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엄마의 부재로 생긴 또 다른 고민은 청소와 빨래, 아빠의 식사를 챙기는 일이 모두 제 차지가 되었다는 겁니다. 손도 느리고 평소 잘 하지 않던 일이라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며칠 후, 엄마가 이모에게 잠시 할머니 병간호를 부탁하고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퇴근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좀 쉬었는지 묻자 그동안 미뤄뒀던 일들을 처리하고 시장에 들렀다가 이제 집에 들어가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시장에서 배달시킨 김치 재료가 한가득이었습니다. 엄마는 김치를 담그고 여러 종류의 반찬을 만드느라 자정이 훨씬 넘어서야 잠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에는 안식일을 지키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일요일까지 쉴 새 없이 움직였습니다. 집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좀 쉬셨으면 했지만 엄마의 손길을 기다리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집에 있는 내내 일만 하는 엄마를 바라보다 하늘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자녀들을 돌보시느라 쉼을 잊으신 어머니께서는 시공간에 갇힌 이 땅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답답하실까요? 잠은 편히 주무시는지, 식사는 어떠신지…. 어머니의 진정한 쉼은 자녀들과 하늘 고향에서 누릴 영원한 안식임을 알기에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제게 주어진 하늘 가족 찾는 직무를 열심히 수행하리라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