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대 배치를 받은 뒤 ‘군대에서도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겠다’던 각오가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시온에서는 전도축제와 복음 열매 소식이 매일같이 들려오는데 나는 뭘 하고 있는지 답답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스스로를 조금씩 변화시켜 보자고 마음을 다잡으며 먼저 할 일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습관부터 들이고자 연등(군인들의 자기 계발을 위해 일석점호 후 22~24시까지 개인 공부를 허가하는 제도) 때 성경 말씀을 살폈습니다. 처음에는 잠을 줄이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알차게 연등 시간을 보내면서 성취감도 들고 영혼이 건강해지는 듯했습니다.
연등 시간 외의 생활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안 그래도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부대원들과 생활하며 서로 맞지 않거나 부딪히는 부분들이 드러나던 차였습니다. 어머니 교훈대로 ‘주는 사랑’을 실천하고 ‘바다같이 넓은 마음’으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며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려 노력했습니다.
하루는 부대 생활 중 생기는 마찰을 주제로 교육을 받는데 교육 중간에 간부님이 저를 지목했습니다.
“지훈이는 나이도 있고 해서 동기들과 어울리기가 쉽지 않을 텐데 별 마찰 없이 잘 지내는구나. 가만 보면 항상 옆에 누가 있고, 혼자 지내는 걸 본 적이 없네. 다른 사람을 끌어당기는 자석 같아.”
갑작스러운 칭찬에 당황해 어색하게 웃으면서 속으로 ‘항상 옆에 누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 여느 때처럼 행정반에 연등을 신청하러 갔습니다. 마침 저를 칭찬하신 간부님이 당직사관이었습니다. 연등 신청 사유를 물어서 성경 공부를 하려 한다고 말씀드리자 간부님은 “연등 때도 성경 공부를 한다고? 와, 너는 내가 진짜 인정한다”며 또다시 저를 치켜세웠습니다. 하나님께 감사한 한편 많이 놀랐습니다. 사실 간부님은 제가 자대 생활 초반에 안식일을 지키려고 주말에 외출하려 하자 형평성 문제로 반대한 것을 비롯해 제 신앙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이후로도 간부님은 성경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묻고, 부대 내에서 선교도 열심히 해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가을절기를 통해 시온으로 인도한 부대원과 매일 말씀을 살피는 모습, 매주 경건하게 예배를 드리고 평소 전우들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 등 여러 면을 좋게 본 것 같았습니다. 간부님에게 아름답게 보는 눈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거듭 감사드렸습니다.
간부님에게 인정받았다고 결코 자만하지 않을 것입니다. 남은 군 생활 동안 모든 부대원들에게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고, 잃은 하늘 가족을 찾아 누구보다 하나님께 인정받는 자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