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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이렇게까지

2023.0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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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싹이 푸릇푸릇 돋는 봄이 찾아오면 엄마의 발걸음이 분주해집니다. 봄철에 수확하는 나물들을 자녀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입니다. 저희 6남매가 가장 좋아하는 파김치도 매년 직접 담가 주십니다.

    그동안 파김치를 받아 먹기만 했지 한 번도 도와서 같이 담가본 적이 없는데 올해는 엄마가 백내장 수술을 해 힘에 부쳤는지 같이 김치를 담그자고 제안했습니다. 엄마를 도우려 두 언니와 아침 일찍 엄마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다듬어서 깨끗하게 씻은 파가 거실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엄마는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밝은 미소로 우리를 반겼습니다. 다듬어진 파의 양이 상당해서 물어보니 전날 밭에서 파 두 포대를 뽑아와 새벽까지 한 포대를 다듬었다고 하더군요.

    “우리 오면 같이 하지, 왜 이렇게까지 해놨어?”

    “얼른 끝내고 너희들이랑 얘기하면서 놀고 싶어서 그랬지.”

    엄마는 저희가 먹을 아침밥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저희는 제철 나물 반찬을 곁들여 맛있는 식사를 하고 차도 마시며 여유를 부렸습니다. 딸들이 수다를 떠는 동안에도 엄마는 계속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드디어 파를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포대에 꾹꾹 눌러 담은, 어마어마한 양의 파를 넷이서 3시간 정도 다듬었습니다. 허리가 아프다, 눈이 맵다… 저희는 갖은 핑계를 대가며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습니다. 여럿이 해도 이렇게 힘든 일을 엄마는 딸들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주려고 아픈 눈을 참아가며 날이 새도록 혼자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저렸습니다.

    이런 엄마를 말리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제 중학교 시절, 하루는 도시락을 깜박하고 학교에 갔습니다. 덩그러니 놓인 도시락을 본 엄마는 제가 점심을 못 먹을 걸 알고 당신도 점심을 굶고 일했답니다. 당시 저는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엄마, 뭘 그렇게까지 해?”

    시간이 흘러 저도 엄마가 되어보니 그때 엄마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자녀의 배고픔을 같이 느껴야 마음이 더 편한, 보통의 상식을 뛰어넘는 사랑이지요.

    엄마 마음의 원천을 찾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하늘 어머니가 계십니다. 자녀 향한 하늘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과 희생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천사를 대신하지 않고 친히 이 땅까지 오셔서 자녀들을 위해 고난의 길을 걸으시는 하늘 어머니. 자녀를 향한 사랑으로 오늘도 분주히 움직이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어머니 기뻐하시는 일에 동참하는 자녀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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