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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천국 상급을 바라보며

2023.101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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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교 3, 4학년쯤으로 기억한다. 반 친구가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 나간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응원단을 꾸렸고 나도 그중 한 명으로 뽑혔다. 솔직히 내 관심은 친구의 노래 실력이나 응원보다 ‘어떻게 하면 나도 텔레비전에 나올 수 있을까’였다.

    참가 당일, 방송국 카메라는 맑고 고운 목소리를 뽐내는 경연자를 찍기에 바빴다. 그렇게 방송 녹화가 끝나는가 싶던 순간, 기회가 왔다.

    “마지막으로 응원하러 온 친구들에게 퀴즈를 내겠어요. 정답을 아는 학생은 손을 들어주세요! 퀴즈를 맞힌 분에게는 선물을 드립니다!”

    방청객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 웅성대기 시작했고, 방송 출연과 더불어 선물 욕심으로 꽉 찬 나도 진행자의 말에 이목을 집중했다.

    “일 년 중에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은 언제일까요?”

    진행자가 문제를 다 읽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저요! 저요!”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질세라 손을 높이 뻗었다. 내 목청은 그 어느 경쟁자보다 우렁찼고, 몸은 어느새 무대 앞까지 나가 있었다.

    “앞에 목소리 제일 큰 학생! 정답은 뭐죠?”

    “동!지!입니다.”

    나는 카메라 앞에서 또박또박 정답을 외쳤다. 곧이어 “정답! 축하합니다!”라는 진행자의 말이 들렸다. 내 모습이 텔레비전에 나왔을까, 과연 무슨 선물을 받게 될까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방송국이니 제법 좋은 선물을 줄 것이라 확신했다.

    경연자의 시상식이 이어진 뒤 프로그램 녹화가 끝났다. 관객들도 하나둘 스튜디오를 빠져나갔지만 나는 선물을 받기 위해 남아 있었다. 스튜디오를 정리하던 한 관계자가 관객석 앞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 왜 집에 안 가는지 물었다. 나는 당당히 말했다.

    “저 퀴즈 맞혔어요. 상품 주세요. 상품!”

    관계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준비된 상품은 없다고 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그 사람의 옷을 붙잡고 늘어지며 약속한 선물을 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자 상급자로 보이는 어른이 다가왔고, 나는 공책 몇 권을 받은 뒤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를 회상하며 복음의 현주소를 돌아보았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무대 아래의 관객이 아닌 복음 무대의 주인공으로 삼아주셨다. 우리를 관심의 전부로 여기시며 행한 대로 갚아주신다고 하늘 상급도 약속해 주셨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하나님의 축복을 어떻게든 받겠다는 열정이 부족했다. 열매 축복도 몇 번 구해보다 금세 의욕이 식어버리기 일쑤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끝까지 매달리고 구해서 ‘없는 선물’도 받아냈던 때의 열정을 되살려 천국 상급을 바라보며 소리 높여 복음의 소식을 전하리라. 하늘 으뜸상을 위해 힘차게 달려보리라. ‘구하면 주시고 두드리면 열리리라’ 하시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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