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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임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요새 몸이 으슬으슬 춥고, 뼈에 바람 들었다는 표현처럼 손가락 관절마다 뼈가 시려요.”
평소 건강하던 한 부녀 분이 좋지 못한 안색으로 말했다. 딱히 어디가 심하게 아픈 것은 아니어서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 식구가 아픈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걱정하던 중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자녀를 이 시기에 출산하셨나요?”
“맞아요! 오늘 우리 딸 생일이에요. 우리 아들 생일도 곧 돌아와요.”
자녀를 낳은 달이 되면 엄마의 몸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은 기억이 있어 혹시나 하고 물어봤더니 역시 그랬다.
참 신기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매년 출산했던 시기가 되면 산후 후유증이 도지는 것은 과학적으로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실제 반복적으로 겪고 있는 일이다.
나 또한 그렇다. 딸아이를 낳은 8월 즈음에 한 번씩 몸져눕는다. 일부러 징크스를 깨보려고 ‘이번에는 아프지 말아야지’ 하고 단단히 각오해도 어김없이 한 차례 몸살이 장맛비처럼 내 몸을 축 적신다.
해마다 몸이 해산의 고통을 기억해내는 것은 그 고통이 충격적이었기 때문 아닐까. 사고를 당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에서 트라우마를 겪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를 새 생명으로 낳아주시는 하늘 어머니께서 겪으시는 해산의 고통을 헤아려본다. 셀 수 없이 많은 영의 자녀들을 해산하는 동시에 그 자녀들을 건강하게 양육하느라 하늘 어머니께서는 몸조리 한번 제대로 하실 수 없다.
매일같이 해산의 후유증을 감내하시는 하늘 어머니의 하루하루는 위대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 희생으로 오늘의 내가 존재한다. 하늘 어머니께서 고통을 잠시나마 잊으실 수 있도록 이제는 내가 어머니를 위해 살아가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