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라는 고약한 녀석이 팔순을 바라보는 친정엄마를 찾아왔습니다. 힘든 항암 치료와 수술도 모자라 어깨 회전근 파열 수술에 백내장 수술까지 받았지만 엄마니까, 우리 엄마니까 잘 견뎌낼 거라고 우리 오 남매는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엄마, 제발 일 그만하시고 운동이나 하면서 쉬세요.”
“또 밭에 다녀오신 거예요? 엄마, 일 좀 줄여요. 그러다 또 아프면 어쩌려고….”
엄마와 통화할 때마다 모두 일 좀 그만하라고 하지만 생각해 보면 엄마는 일을 그만둘 수도, 줄일 수도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엄마가 만든 김치가 제일 맛있더라”, “엄마가 만든 ○○이 생각나더라” 하며 처마 끝에서 먹이를 물어다 줄 어미만 기다리는 새끼 제비들처럼 입을 벌리고 엄마만 바라보는 자식들이 있으니까요.
올해도 제철 푸성귀며 생선, 김치 등을 ‘사랑한다, 건강해라, 싸우지 마라’ 등등의 쪽지 한 장 써 넣어 아들딸들에게 부지런히 부쳐주시겠지요. 이 세상을 하직하는 날, 자는 중에 조용히 갔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유일한 소원도 모두 우리를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있는 한 엄마의 봄날은 진정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엄마를 생각하면 늘 가슴 한편이 묵직한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가련한 여인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셔서 희생의 삶을 살아가시는 하늘 어머니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잃어버린 자녀들을 다 찾아 하늘 본향에 가는 그날까지 하늘 어머니께도 진정한 봄날은 오지 않겠지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엄마가 일하는 것이 걱정되면 일을 안 해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드리라고. 맞는 말입니다. 그 말대로 올해는 엄마를 도와 조금이나마 일을 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드리고, 잃어버린 하늘 가족 부지런히 찾아 하늘 어머니의 수고도 덜어드리는 효녀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