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특성상 평상시에 군장을 메고 걸어 다닐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30킬로미터 행군 훈련이 잡혔습니다. 같은 부대 병사들 대부분이 의아해했습니다. 저도 여태 장갑차 같은 것만 타고 다니다가 무거운 군장을 지고 30킬로미터씩이나 어떻게 걸어가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일정을 마련해 주신 뜻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행군에 올랐습니다.
3~4킬로미터 정도 걸었을 무렵부터 조금씩 어깨가 아파오고 발이 욱신거리기 시작했습니다. 15킬로미터쯤 갔을 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반환점이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반환점에서는 약 한 시간 정도 쉴 수 있어 거기까지라도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무거운 발을 옮겼습니다.
더 이상 못 걸을 것 같다 싶을 때, 누군가 거의 다 왔다고 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눈앞의 건물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시온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한 번만 들렀다 가면 소원이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훈련에서 이탈할 수는 없으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계속 걷는데 행군 대열이 교회 주차장 쪽으로 꺾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주차장에 짐을 내려놓고 쉬라고 했습니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간부님께 여쭸습니다.
“화장실은 어디를 쓰면 됩니까?”
“뒤편에 있는 교회 화장실을 쓰면 된다.”
대답을 듣자마자 시온으로 달렸습니다. 방금까지의 아픔은 어디로 갔는지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건물에 들어가서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고 나서야 시온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 났습니다. 실로 크나큰 위로와 힘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부대와 가까운 곳에 시온이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정확한 위치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군대에 있기에 개인적으로 예배드리는 경우가 많고 복음 활동도 잘 못하다 보니 믿음이 식는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를 아시고 하나님께서 남은 군 생활도 더욱 힘차게 할 수 있도록 축복과 기적을 베풀어주신 것 같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무사히 복귀했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손 내밀어 주시고 이끌어주시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남은 기간 하나님 자녀로서 진리의 빛을 환히 밝히는 제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