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히 잠든 여우 등에 내려앉은 작은 새, ‘때는 이때다!’ 하고 여우 털을 뽑기 시작한다. 포유류의 털로 둥지를 짓는 박새 이야기다.
박새는 죽은 동물의 털을 뽑거나 떨어진 털을 주워 와 둥지를 만든다. 그런데 최근에는 살아 있는 개나 너구리 같은 동물에게 접근해 털을 뽑거나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에게까지 날아들어 털을 구하는 행동이 포착되었다고 한다.
털을 훔치다가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박새는 왜 이 같은 위험한 행동을 하는 걸까.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박새가 포유류의 털을 이용해 둥지를 짓는 이유가 보온은 물론 털에서 나는 포유류 냄새로 천적의 침입을 막아 새끼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새는 참 조그마한 새다. 그런데 모성애는 얼마나 큰가. 자신의 생명보다 자녀의 안전을 우선하며 진화해 나가는 자연계의 섭리가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