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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흙 한 겹 아래

2023.0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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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투키(다육식물)를 선물받았다. 한 화분에 길쭉한 여섯 잎이 있었는데 날이 따뜻해지자 한 잎에서 새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자 다른 잎에서도 새싹들이 나왔다. 너무 기특해서 칭찬해 주고 더 관심을 주었다.

    잎사귀 다섯 장이 새싹을 내고 남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지만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고 신경이 쓰였다. 하룻밤이 지나고 ‘언제 새싹이 나오지?’, 자고 일어나서 ‘오늘은 나오려나?’, 또 다음날에 ‘나오긴 하려나?’ 생각하는 게 일상이 됐다. 나중에는 ‘새싹이 나오지 않을 텐데 괜히 기대하고 기다리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며칠 더 기다리다 결국 포기했다. 새싹이 나지 않을 게 분명해 보였다.

    남은 새싹들을 분갈이하기 위해 화분을 엎어 분리 작업을 시작했다. 그때 마지막 여섯 번째 새싹이 눈에 들어왔다. 흙 아래 얕게 묻혀 오늘내일 중으로 ‘곧’ 나오려던 찰나였다.

    그제야 내가 왜 그렇게 새싹에 조바심을 냈는지 알았다. 지금 내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다들 학교에서, 직장에서, 가족과 친지에게 말씀을 전해 구원으로 인도하는데 홀로 결실이 없어 초조하던 마음이, 고개를 내밀지 않은 새싹에 투영됐다. 덕분에 희망도 생겼다. 흙 한 겹 아래에 새싹이 있던 것처럼, 아버지 어머니께서 나를 위해 예비하신 열매도 곧 결실하리라. 이제는 조급해하며 의심할 것이 아니라 약속을 믿고 인내하며 묵묵하게 주신 사명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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