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예배 날 시온으로 들어오는 식구들을 맞이하고 성전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소한 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즐겁고 따듯한 분위기를 조성해 시온을 사랑의 보금자리로 만들라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하니라”(눅 16장 10절)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안내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합니다.
안내를 서는 동안 식구들이 들어오면 환한 미소로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입니다. 제가 서 있는 곳에서는 창을 통해 시온을 향해 걸어오는 식구들이 보이는데 누가 조금 지쳤는지, 누가 슬픈 일이 있는지 시온에 들어서는 분들의 그날 기분이 어느 정도 짐작이 됩니다. 식구들이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거나 자전거를 타고, 아니면 걸어서 시온에 오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빠듯한 생활, 많은 책임, 교통수단의 제약… 갖가지 어려움으로 힘들어도 시온에 나아오려 애쓰는 식구들이 너무나 아름답고 애틋해 다들 시온에서 위로받고 편안함을 느끼길 바랐습니다.
안내자로서 어떻게 해야 식구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더 따듯하게 맞이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제가 속한 시온에는 다양한 대륙과 나라에서 온 형제자매들이 있습니다. 영어를 주로 사용하는 이곳 캐나다에 살면서 타국 식구들이 자주 들을 수 없었던 모국어를 들으면 마음의 위안을 얻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언젠가 영상에서, 하늘 어머니께서 해외성도 방문단과 함께 식사하시며 성도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말씀하시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방문단 식구들은 각자의 모국어를 듣고 매우 감동하고 행복해했습니다. 어머니의 본을 따라 저도 각국 언어를 연습해 인사하면 식구들이 시온에서 좀 더 친밀감과 포근함을 느낄 것 같았습니다.
형제자매들의 모국어는 스페인어, 한국어, 중국어, 타갈로그어 정도였습니다. 최소 ‘복 많이 받으세요’ 정도는 각 언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 틈틈이 다른 국적의 식구들에게 ‘복 많이 받으세요’나 ‘고마워요’, ‘미안해요’ 같은 말을 그 나라 말로 어떻게 말하는지 물었습니다. 식구의 발음을 휴대전화로 녹음한 뒤, 집에 와 언어별 리스트를 만들어 연습했습니다.
중국어의 성조, 스페인어에서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표현의 차이, 한국어의 ‘님’이나 타갈로그어의 ‘포(po)’ 같은 존칭어 등을 익히느라 애를 먹을 정도로 외국어 습득 능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한 자녀 한 자녀를 아끼고 사랑하시는 하늘 어머니를 떠올리며 연습에 열중했습니다. 식구들이 웃음 짓고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기를 소망하면서요.
연습을 해도 발음과 억양이 많이 서툴다는 것을 알기에 다른 언어로 인사하기가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아듣지 못할까 봐 걱정도 됐습니다. 머뭇거리다 번번이 영어로 인사했지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제일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사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멀리서 걸어오는 식구를 창문으로 내다보고 그분이 문을 열기 전에 그 나라 언어로 ‘복 많이 받으세요’를 수차례 되뇌었습니다.
식구들은 제 인사를 듣고 환하게 미소 짓거나 때론 웃음을 터트렸습니다(아마 어설픈 발음 때문이겠지요). 예기치 못한 모국어를 들은 분들이 금세 힘을 얻는 것을 보고, 작은 일이라도 시온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며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식구들을 더 세심히 살피고 위로하지 못했던 지난날을 반성했습니다.
앞으로도 형제자매가 웃고 기운을 얻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며, 자녀들의 안위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시는 어머니께 미소를 드리고 싶습니다. 조금이나마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전 세계 시온 가족들이 하나님의 동산에서 계속 기쁨을 느끼며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많은 은혜 받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