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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엄마처럼

2019.0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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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를 담그려고 주방을 분주히 오갔습니다. 방에서 놀고 있던 딸아이가 도와주겠다며 옷소매를 걷고 나왔습니다. 딸은 옆에서 김칫소도 덜어주고 김치통도 가져다주고 주위에 묻은 양념을 휴지로 닦아내는 등 조그만 손으로 야무지게 도왔습니다. 맛보라고 김치를 조금 찢어 입에 넣어주었더니 아이는 매워하면서도 맛있다고 야단이었습니다.

    “엄마, 엄마는 어떻게 이렇게 요리를 잘해요? 김치도 맛있고 다른 반찬도 다 맛있어요.”

    “엄마가 만든 게 그렇게 맛있어?”

    “그럼요! 엄마는 언제부터 요리를 했어요? 누가 알려줬어요? 아, 알겠다. 외할머니가 알려줬죠?”

    “맞아, 외할머니가 알려주셨지.”

    딸애의 말처럼 친정 엄마는 요리사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음식을 만드는 솜씨가 좋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엄마는 장바구니 한가득 생선과 고기, 과일들을 사오셨습니다. 저는 엄마가 시장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엄마 옆에 꼭 붙어서 재료 손질하는 것을 구경하곤 했습니다. 엄마는 수돗가에서 맨손으로 생선 비늘을 척척 벗기고 생닭도 아무렇지 않게 손질했습니다.

    홀로 4남매를 키워낸 엄마는 혹여 자식들이 제대로 못 먹어 다른 아이들보다 덩치가 작거나 영양이 부족할까 봐 음식에 특히 신경을 썼습니다. 농사일에 바쁘고 피곤할 텐데 먹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면 바로바로 만들어주고,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게끔 반찬의 종류도 다양하게 준비했습니다.

    덕분에 4남매 모두 무탈하게 자랄 수 있었지요.

    엄마가 손쉽게 요리를 하니 쉬운 줄 알았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집에 있는 재료들로 요리를 시도해보았는데 대부분 상에 오르지 못하고 쓰레기통에 버려졌습니다. 결혼한 뒤에는 수시로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요리법을 물었습니다. 최대한 엄마가 알려준 대로, 심지어 엄마가 직접 담근 고추장을 사용하는데도 엄마와 같은 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설프게나마 엄마의 솜씨를 흉내 내게 된 것은 아이가 크면서부터입니다. 딸은 제가 요리를 하고 있으면 어느새 옆에 와서 쳐다보거나 맛을 보았습니다. 식탁 위에 반찬을 올려두면 놀다가도 와서 밥도 없이 반찬을 집어 먹었습니다. 그런 아이를 보고 요리에 신경을 더 쓰게 됐습니다. 가족들에게 “음식이 맛있다”는 말을 듣게 되면서 알았습니다. 가족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음식 맛을 좋게 하는 비결이라는 것을요.

    “엄마, 나한테도 다 알려줄 거죠? 나도 요리 잘하고 싶어요. 엄마처럼.”

    그러겠다는 제 말에 딸은 뭐가 그리 좋은지 품에 꼭 안기며 고맙다고 했습니다. 피식 웃음이 나면서 피로가 싹 사라졌습니다. 엄마도 이 맛에 요리를 하셨겠지요. 자식들이 맛있게 먹어주기를,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바라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신 엄마. 이제는 제가 엄마를 위한 밥상을 정성껏 차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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