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20년 1월,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에 체류하던 중 현지 아세즈(ASEZ, 하나님의교회 대학생봉사단) 회원들과 거리정화 활동을 했습니다. 거리 곳곳을 다니며 쓰레기를 줍다가 주택 밀집 지역으로 들어가자 울창한 나무와 늘어선 집들 사이로 버려진 옷과 신발, 갖가지 생활용품들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나무 아래 쌓인 쓰레기를 열심히 봉투에 담고 있을 때였습니다. 우리를 지켜보던 동네 아이들이 하나둘 쓰레기를 주워 가져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마치 재밌는 놀이라도 하는 듯 즐거워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전까지는 한 지역의 거리를 정화하는 것이 지구 전체로 봤을 때는 미미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활동은 그저 쓰레기를 치우는 것만이 아닌,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고, 나아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누군가 시켜서 억지로 우리를 도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그로 인해 함께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희의 활동은 누군가의 행동을 이끌어내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었습니다.
피지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생활에는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많은 것이 제한되었지만 저희는 행보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고생하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핸드투핸드(Hand to Hand)’ 릴레이, 언어폭력 금지 캠페인, 친환경적 의류 소비를 제안한 ‘더코스트(The Cost)’ 캠페인 등 새롭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사회적 제한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참 감사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빨리 코로나19가 끝나서 전처럼 많은 사람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당장 하고 있는 일이 다소 작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피지에서의 일을 떠올렸습니다. 우리가 하는 활동은 단순히 행동 자체로만 그치는 일이 아니라 분명 세상을 바꾸는 힘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활동의 형태는 바뀌었을지라도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닥칠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상황과 여건 속에서도 모두가 힘을 모아 작은 행동이나마 꾸준히 이어간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우리의 실천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