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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나누고 행복 더하고

뙤약볕 아래서

2021.102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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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아스팔트도 녹아내릴 것 같았던 작년 여름. 무더위에 대비해 전날 밤부터 꽝꽝 얼려놓은 물 한 병과 충전이 완료된 휴대용 선풍기를 챙겨 길을 나섰다. 15분 정도 걸었을까? 땀에 홀딱 젖어 녹초가 된 상태로 집 근처 전철역에 겨우 도착했다.

    “지금 사상행, 사상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다행히,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곧바로 들려왔고, 멈춰 선 전철에 얼른 몸을 실었다. 한 시간 남짓 달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언제 땀을 흘렸냐는 듯 보송해져 갈 때쯤 학교에 도착했다. 약속 장소에는 이미 아세즈(ASEZ, 하나님의교회 대학생자원봉사단) 소속 식구들이 많이 와 있었다. 환경을 보호하고 깨끗한 캠퍼스 문화를 선도하기 위한 ‘그린 캠퍼스 정화 활동’을 펼치려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많이 덥죠? 멀리서 오느라 고생 많았어요”, “방학 잘 보내고 있었어요?”, “오늘 같이 봉사활동 해서 너무 좋아요”. 우리는 정화활동을 시작하기 전 안부를 묻고 응원의 말로 힘을 나누었다. 휴대용 선풍기로 시원한 바람을 서로 쐬어주기도 하고 넉넉히 가져온 시원한 물과 음료수를 나누어주기도 했다.

    “Let’s start here! 아세즈, 아세즈, 아니모, 야!”

    힘찬 구호와 함께 캠퍼스를 깨끗하게 변화시키기 위한 여정에 들어갔다. 언뜻 보면 깨끗한 것 같은 캠퍼스 인근의 거리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바닥에 납작하게 달라붙은 담배꽁초, 음료가 반쯤 담긴 채 오래전에 버려진 음료수병, 깨진 유리병,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비닐봉지, 구겨진 전단지, 잔디밭 옆에 널브러진 휴지 조각, 당연한 듯 버려져 있는 과자 봉지까지.

    많은 오물과 쓰레기로 오염된 거리를 보며 받은 충격은 잠시 뒤로하고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각자 눈앞에 보이는 쓰레기들을 모조리 주워 담던 그때, 거리를 지나던 어르신 한 분이 “어디서 나왔기에 이렇게 열심히 거리를 가꾸고 있나요? 참 고맙네”라고 하셨다. 그제야 허리를 펴고서 함께 거리를 정화하는 식구들을 둘러보았다. 무더운 날씨 속에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아무리 작은 쓰레기라도 절대 지나치지 않으며, 악취가 심해 가까이 가기조차 힘든 쓰레기 더미를 앞장서서 치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더욱 놀라웠던 건, 모두의 얼굴에 번진 미소였다.

    우리는 무더운 여름보다 더욱 뜨거운 열정으로, 또 해맑은 미소로 거리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그렇게 한 시간. 커다란 종량제 봉투 여섯 장을 채우고 나서야 거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환경 보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 것 같아 감사하고 뿌듯했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층 강화되면서 많은 인원이 모여 봉사하기가 어렵지만, 그날의 뜨거웠던 기억은 여전히 가슴속에 남아 있다. 봉투와 집게를 들고 모두 다시 함께할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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