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하기 전, 군대는 제게 두려움과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되면서도 전역 후 늠름해질 제 모습이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걱정과 설렘 속에 어느덧 입대일이 다가왔습니다.
훈련소에 입소한 지 셋째 날, 소대장 훈련병을 자원했습니다. 소대장 훈련병은 소대장을 보조하며 50여 명의 병사를 인솔합니다. 청소도 앞장서서 하고 물품 보급, 인원 보고를 책임지는 등 할 일이 많습니다. 임무를 잘 수행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소대장 훈련병이 된 뒤, 안 그래도 정신없던 훈련병 생활이 더 바빠졌습니다. 감사하게도 청소는 시온에서 습관처럼 해오던 일이라 능숙하게 할 수 있었고 나머지는 시온에서 배운 대로 했습니다. 소외되는 병사가 없도록 먼저 다가가고, 의견이 엇갈릴 땐 양보하고 항상 웃고 다니면서요. 그랬더니 “어떻게 한 번도 얼굴 붉히지 않으면서 이 일을 할 수 있느냐”, “우리 소대의 엄마 같다”, “소대장 훈련병 중에 제일 잘하는 것 같다”는 등 간부들과 동기들의 칭찬이 이어졌습니다. 교회에서 배운 행동이라고 말하자 “참 그리스도인의 모습”이라며 저를 치켜세웠습니다.
물론 어려운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를 오해한 동기들이 근거 없는 말로 제 신앙을 비난한 것입니다. 그때 평소 저를 좋게 봐오던 동기가 ‘하나님의 교회는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곳’이라며 제 편이 되어주었습니다. 나중에는 저를 안 좋게 바라보던 동기들도 오해를 풀고 교회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정말 아버지 어머니의 은혜였습니다.
하루는 조교가 힘든 일도 늘 웃으면서 할 수 있는 비결을 묻길래 하나님의 교회를 다녀서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자신도 교회를 다녔는데 군대 온 뒤로 믿음이 식어졌다면서 다시 잘해보고 싶으니 기도하는 방법 좀 알려달라는 겁니다. 그래서 기도는 하나님과 통화하는 것과 같으니 감사함으로 간절히, 올바르게 구해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구원의 길인 유월절과, 성령과 신부에 대한 진리를 알려주자 조교는 틈틈이 말씀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후 토요일이면 조교의 배려로 조교 방에서 예배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수료식을 앞두고 저는 부대에서 가장 헌신한 훈련병에게 수여되는 상호평가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시온에서 배운 것을 실천했을 뿐인데,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사실 저는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도 못하고 용기도 부족합니다. 지레 겁먹고 괜한 걱정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군대에서 믿음이 단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남은 군 복무 기간에도 아버지 어머니 영광을 많이 나타내고 좋은 알곡 열매도 맺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