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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소식

진정한 실천이 필요한 때

2025.09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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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시절 침례를 받고 청년이 되기까지 수년간 성경 말씀을 배웠습니다. 그만큼 잘 알고 잘 행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머리로 알고 있더라도 어려운 환경에 놓이면 행하기 쉽지 않더군요.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라도 어떻게든 말씀을 실천하면 복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믿음 안에서 자라고 부모님을 따라 해외에서 지내기도 하면서 자연스레 해외 선교사라는 꿈을 키웠습니다. 그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있었으니, 바로 군대였습니다. 기왕 가는 거면 부사관으로 지원해 많은 경험을 쌓고 싶었습니다.

    바라던 대로 야심차게 육군부사관학교에 입교한 뒤 열심히 훈련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습니다. 언젠가부터 부대 내 대인관계가 꼬여버렸고 이런저런 시련에 부딪히면서 점점 지쳐가다 16주간 이어지는 교육을 마치지 못한 채 결국 중도에 퇴소하고 말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몇 달간은 아무것도 못하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보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당시 제 모습은 부모님이 걱정하실 만했고, 스스로도 실망스러웠습니다. 말수는 줄고 원망과 불평이 많아졌으며 예배 때만 간신히 하나님께 나아갈 정도였으니까요. 하나님의 가르침을 잘 실천한다고 자부했었지만 그건 일이 술술 풀리고 즐거울 때의 이야기였습니다.

    제게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차분히 생각해 봤습니다. 아프고 힘들어 보니 지금까지 배운 내용 중 작은 것 하나도 행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 흔들리지 말라고 하나님께서 평소에 모든 말씀을 반복해서 가르치시고 꾸준히 실천하라고 당부하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깊은 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뒤에야, 저를 걱정하면서도 제가 부담을 느낄까 그저 기다려주신 부모님과, 영육 간에 무탈하도록 지켜주신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이 보였습니다.

    묵묵히 지켜봐 주신 데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에, 방문처럼 닫아뒀던 마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목표했던 부사관이 되는 것도, 하나님을 향한 신앙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며 더 강인하고 듬직한 아들이 되고 싶었습니다. 한번 겪어봤으니 이번에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어떤 순간에도 중심을 잃지 않겠다는 결심을 안고 재차 부사관 과정에 지원해 훈련에 돌입했습니다.

    마음가짐이 바뀌니 힘든 일이 생겨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이겨내고 만다’는 의지에 불탔습니다. 훈련 준비에 전보다 더 꼼꼼히 신경 쓰고 불확실한 내용이 있다면 주변에 물어가며 진행했습니다. 심지어 훈련을 어려워하는 동기들을 도와주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점점 동기들과 신뢰가 쌓였고 교관님들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안 좋은 여건 때문에 안 좋은 결과를 얻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제 태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임관 후 자대에 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체적 한계나 대인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배워온 대로 실천할 힘이 있었습니다. 고난 뒤에는 반드시 축복을 주시리라 믿고 인내하며 임무에 성실히 임했고 일손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주인 된 마음으로 도왔습니다. 성경 말씀과 어머니 교훈을 항상 되새기며 만나는 사람들을 웃는 얼굴로 대했습니다. 이미 겪어본 입장에서 병사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힘들어하는지 알기에 먼저 다가가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기도 수월했습니다. 작은 노력들이 쌓이니 제가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쟤는 아무리 힘들어도 나쁜 일은 안 하는 사람이야”, “교회를 다니려면 저렇게 다녀야 돼”라고 말하는 등 저를 믿고 인정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레 하나님의 교회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안식일에 시온에 있다 보면 동료들이나 휴가를 맞은 병사들에게 전화가 옵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에 가보고 싶다고요. 시온에 와서 따뜻한 분위기와 서로 존중하는 문화에 감동받은 이들은 성경 말씀을 살핀 뒤 새 생명의 축복을 받기도 했습니다. 바쁜 사회에서는 진리를 못 들었을지도 모를 영혼들이 군대라는 환경에서 엘로힘 하나님을 만나는 과정에 제가 보탬이 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하늘 가족이 된 형제님들은 지금도 말씀의 양식을 달게 받아들이고 꾸준히 규례를 지키고 있습니다.

    살면서 쉬운 일만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힘든 환경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았습니다. 만약 제게 고난이 없었다면 부대에서 만나는 병사들의 아픔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었을까요. 시온 식구들의 위로와 관심이 담긴 한마디가 지친 심령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 수 있었을까요. 어려움을 이기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려면 평소에 늘 말씀을 되새기고 실천하는 습관이 있어야 함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할 때, 주저앉는 순간에도 말씀이 제 안에서 살아 역사해 좌절의 구덩이에서 밖으로 이끌어주고 다른 이들에게도 희망의 손길을 내미는 힘을 줍니다. 이제 어떤 시련이 와도 하나님께서 저를 더 크게 쓰시기 위해 연단하시는 과정이라 굳게 믿으며, 굳건한 정신으로 믿음의 그릇을 더 키워 폭넓게 쓰임 받는 군 선지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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