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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할머니, 감사합니다

2021.06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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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 코로나 때문에 이번 명절에 못 갈 것 같아요.”

    “아이고, 너 올 줄 알고 도토리묵 쑤었는데….”

    할머니의 진한 아쉬움이 전화기를 타고 전해졌다.

    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한국 음식을 맘껏 먹었다. 된장찌개, 김치전, 불고기, 설렁탕 등 그리웠던 맛과 향기는 내가 집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실감 나게 했다. 할머니께서 손수 만든 도토리묵도 마찬가지였다. 쌉싸름하면서 고소한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도토리묵을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던 손주 생각에 할머니는 또 소매를 걷어붙이신 것이었다.

    다리가 편찮으셔서 일어서는 것조차 힘겨워하시는 할머니에게 도토리묵 만들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하루에 두어 번 오는 버스를 타고 시장에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반나절 이상 소요된다. 물에 잘 갠 도토리 가루를 불에 올려 눋지 않게 재빨리 젓고 약한 불에서 뜸을 들인 후 그릇에 식히려면 오래 서 있어야 한다. 저린 다리를 두드리면서도 손주를 떠올리며 흐뭇해하셨을 할머니 모습이 눈에 선했다.

    할머니가 엄마 편에 보내신 탱글탱글한 도토리묵을 매콤한 양념장에 찍어 먹었다. 할머니의 살뜰한 정성과 사랑이 오래도록 입안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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