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수영부였다. 엄마는 내가 언니처럼 피아노 배우기를 바라셨지만 나는 수영이 좋았다. 언니의 손이 우아하게 피아노 건반 위를 날아다닐 때, 나는 코로 물을 들이켜 가며 발도 닿지 않는 수영장 바닥에서 몸을 띄우기 위해 허우적거렸다. 마음과 달리 몸은 도통 물에 뜨지 않았다. 남들은 두 팔을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처져 양손으로 킥판을 잡고 계속 발차기 연습을 했다. 다들 자유형 왕복 훈련을 시작할 때도 나만 혼자 킥 연습을 해서 창피했다. 눈물의 시간을 참으며 계속 연습하고 나서야 보상이 주어졌다. 코치님이 마침내 자유형을 배워도 좋다고 허락해 주신 것이다. 이후로 점점 실력이 늘어 나중에는 왕복 훈련을 누구보다 빠르게 마쳤다.
훈련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현관 밖에서부터 언니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날이 다르게 실력이 늘어 언니가 쉽게 해내는 줄 알았다. 하루는 언니의 연습 노트를 보게 됐다. 그 안에는 포도송이에 동글동글 색칠한 포도가 알알이 달려 있었다. 연습할 때마다 한 알씩 칠한 것이었다.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언니의 노력 열매였다.
수영장이 폐장하면서 나는 수영을 그만뒀고, 언니는 집에서 혼자 피아노 연습을 하고 또 했다. 즐거울 때는 물론 화나고 짜증 나는 일이 있어도 피아노 앞에 앉았다. 누가 봐도 “우아!” 하고 놀랄 만한 악보를 며칠만 연습하면 해낼 정도였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뭐든 노력 없이 얻은 게 아님을, 어린 시절 수영 연습과 언니를 통해 배웠다. 노력은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저 나타나는 속도가 다를 뿐. 믿음 생활도 이와 같지 않을까. 사랑, 감사, 기쁨, 온유, 절제, 용서…. 한 번에 쉽고 온전하게 가지기는 어려운 덕목들이다. 사랑하려면 따뜻한 눈으로 보고, 감사하려면 사랑의 언어로 말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하리라.
하나님 닮은 모습으로 변화받고 싶어 이것저것 연습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점검하지만 티가 잘 안 난다. 그래도 무언가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느낌이다. 하나님 말씀을 더 가까이하고 기도로 하나님께 구하다 보면 점점 성장하는 나를 만나리라 기대해 본다. 그렇게 하나님을 쏙 빼닮은 사랑의 자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