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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복음이 온 세상에

상투메 프린시페에서 아버지의 본을 따라

2021.0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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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 하신 하나님 말씀에 따라 유럽의 땅끝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복음에 동역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아프리카의 섬나라, 상투메 프린시페로 가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축복을 허락받았습니다. 은혜와 감동이 가득했던 그 여정을 전합니다.

    상투메 프린시페 선교 여행은 고향인 상투메 프린시페에 복음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란 한 형제님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상투메 프린시페는 상투메와 프린시페,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아프리카 서부의 작은 섬나라로, 면적은 제주도의 절반 크기입니다. 형제님은 고향 집이 하우스처치로 쓰임받을 수 있도록 이것저것 준비하며 하루속히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마침내 지난 12월 상투메 프린시페로 돌아간 형제님은 한 달 만에 십여 명이 침례 받기를 원한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형제님의 연락을 받고 너무 기뻤지만 안타깝게도 곧바로 떠날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 출국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면 안 될 일이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간단한 서류를 제출하면 출국이 가능하도록 규정이 바뀐 것입니다. 동역 생도님과 저는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서류를 챙겨 상투메로 떠날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2월 중순, 설렘과 긴장 속에 상투메 프린시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저희에게 허락된 기간은 8일뿐. 형제님 집에는 성경 말씀을 배우고 싶다며 이미 10여 명이 모여 있었습니다. 저희를 반겨주는 그분들의 모습은 틀림없는 하늘 가족이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기도 전에 곧바로 성경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상투메 사람들은 저녁 5~6시면 잠자리에 든다던데 말씀을 배우려는 이들이 밤늦도록 형제님 집을 찾아왔습니다. 성경 구절 찾기를 어려워하는 분도 있었으나 다들 진리를 갈구하는 눈빛이었습니다. 공부를 마칠 무렵, 진지하게 말씀을 경청하던 한 장년분이 물었습니다.

    “일주일 뒤 여러분이 돌아가고 나면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녀를 두고 하늘로 가시던 아버지의 마음이 이러했을까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팠습니다. 애써 눈물을 삼키며 말했습니다.

    “복음을 이끄는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늘 기도로 여러분과 함께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남은 기간 열심히 성경을 살피며 믿음을 굳게 세웁시다.”

    다음 날인 안식일, 영적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새노래가 작은 섬나라에 울려 퍼졌습니다. 4명이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 안식일의 축복을 함께 받았지요. 예배에 참여하는 인원도 점점 늘어 저녁에는 예배소가 비좁아 서서 예배를 드려야 했습니다.

    일요일 아침, 포르투갈에서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저희가 출국한 다음 날 또다시 출국이 금지돼 많은 사람들이 서류를 갖추고도 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것입니다. 실로 아버지 어머니께서 저희를 이곳으로 보내주셨음을 실감하며, 일분일초도 아껴 더 많은 이들에게 말씀을 알려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하나님의 교회 성도가 되고 싶다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삼일 예배가 있는 화요일에는 말씀 가르치랴 침례식 집전하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역시나 하나님께서는 모든 일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일꾼을 예비해 놓으셨습니다. 먼저 진리를 영접한 새 식구들이 저희를 돕겠다며 나선 것입니다. 식구들은 성찬식 준비를 정성껏 도우며 하늘 축복을 쌓고 새 생명 탄생의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모두의 연합으로 많은 영혼이 생명책에 이름이 녹명되는 축복을 누렸습니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밤 11시가 되어 첫 끼니를 챙기다가 배고픔을 벗 삼아 복음 길을 걸어가신 아버지의 희생이 떠올라 목이 멨습니다. 현지 식구들은 형편상 하루 한두 끼 먹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구원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빌 4장 12절) 하는 성경 말씀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저희는 자녀 구원을 위해 이 땅에 오셔서 섬김의 본을 보이신 하나님을 본받아 상투메 식구들과 같은 생활 방식으로 먹고 자며 모든 면에서 동일한 여건에서 지냈습니다. 식구들은 이웃과 친지에게 “지금껏 봤던 교회나 목사들과 전혀 다르다”, “정말 성경의 진리를 알려주고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교회”라고 하나님의 교회를 적극 소개했고, 예배소를 방문하는 사람이 줄을 이었습니다.

    학교 가기 전에 성경을 배우고 싶다며 아침 일찍 찾아오기도 했고, 공부를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여러 명이 나란히 앉아 말씀에 아멘으로 화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분들이 다음번 공부에는 새로운 얼굴들과 함께 왔습니다. 밤늦게까지 생도님과 그룹을 나누어 공부를 진행하는데도 몰려드는 인원을 다 소화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정전이 되어도 자리를 뜨지 않고 촛불을 켜가며 말씀에 집중하는 아름다운 식구들의 모습이 상투메의 복음 길을 환하게 밝히는 듯했습니다.

    출국을 앞두고 상투메 식구들에게 예배드리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씀 공부가 거의 자정까지 이어졌습니다. 피곤하지 않느냐는 제 물음에 식구들이 대답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니 오히려 힘이 나요! 더 알려주세요.”

    하늘 아버지께서는 말씀을 배우고 싶어 하는 영혼이 있으면 밤을 지새워서라도 알려주셨습니다. 저희 역시 그런 아버지의 길을 따를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아울러 외딴 아프리카 섬나라에도 아버지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말씀을 사모하는 귀한 영혼들이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포르투갈로 돌아오기 전날, 식구들과 마지막으로 재림 예수님에 대한 예언을 함께 살피며 다시 만날 때까지 믿음을 잘 지켜달라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니 새벽 3시. 출발 시간을 한 시간 남겨두고 여정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미처 알려주지 못한 많은 말씀들이 입과 머리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식구들이 예배를 잘 드릴 수 있을까? 믿음을 굳건히 지킬 수 있을까?’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으로 아쉬움을 대신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안식일 새벽 포르투갈에 도착해 예배를 드리는 사이 상투메에서 감동적인 소식을 보내왔습니다. 새 식구들이 진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 안식일 예배를 드렸다는 것입니다. 현재 상투메 식구들은 “우리의 사명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며 날마다 하우스처치에 모여 설교집을 읽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보내주는 사진을 볼 때마다 어서 상투메로 가서 함께하고 싶어집니다.

    상투메 여정은 하늘 아버지의 안타까운 심정을 헤아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때로는 가치를 망각하고 습관처럼 복음에 임했던 지난날이 하나님 앞에 너무 부끄럽고 송구스럽습니다. 상투메 프린시페에 하나님의 시온이 더욱 굳건히 건설되고 많은 영혼들이 어머니 품으로 돌아오기를 항상 간구하며, 제게 주어진 위치에서 복음에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이 부족한 자녀를 아버지 어머니의 복음 길에 동행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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