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밤새 눈이 쏟아져 온 동네가 하얗게 변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폭설에 염화칼슘을 뿌린 차도는 거북이걸음으로나마 차량 통행이 가능했지만 인도는 바로 제설 작업을 하지 않으면 빙판길이 될 지경이었습니다.
시온에서 긴급 제설 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목도리와 장갑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곧바로 집을 나섰습니다. 눈삽과 빗자루 등 제설 도구를 갖고 나온 식구들은 발열 체크 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시온을 중심으로 인근 대로변과 인도, 주택가 골목까지 꼼꼼히 쓸었습니다. 발이 푹푹 빠질 만큼 쌓였던 눈을 모으니 순식간에 ‘설산(雪山)’ 몇 개가 만들어졌습니다.
응달에 쌓인 눈은 이미 꽝꽝 언 상태여서 일일이 깨야 했습니다. 눈을 쓸어 담는 소리보다 얼음 깨뜨리는 소리가 훨씬 많이 들렸습니다. 호미나 곡괭이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지요. 신발과 장갑 속으로 냉기가 파고들었지만, 미끄러질 걱정 없이 안전하게 통행할 이웃을 떠올리니 마음이 훈훈했습니다.
봉사를 마칠 즈음에는 입김이 얼어 마스크 바깥쪽에 고드름이 맺혔습니다. 식구들은 서로의 마스크에 맺힌 여러 모양의 고드름을 보며 한바탕 웃었지요. 영하 16도의 강추위를 녹이는 행복한 웃음소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