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은 매일 이른 아침 지붕 위에서 목청을 가다듬고 힘껏 소리를 질렀어요. 하지만 멋진 소리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벌써 일주일째 맹연습을 하고 있는데 크게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사일런의 연습은 낮에도 이어졌어요. 어느 날 아침, 사일런 울음소리에 잠을 깬 부부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어요.
“사일런이 아무래도 목이 많이 아픈 것 같소.”
“그런가 봐요. 무리를 하면 더 안 좋을 텐데 저렇게 매일 울어대니 걱정이에요.”
그때였어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손에 몽둥이를 들고 부부의 집으로 들이닥쳤어요. 현관문을 사납게 두드리는 통에 놀란 부부는 황급히 밖으로 나갔어요.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어쩐 일로….”
“아니, 저 닭이 시도 때도 없이 울어서 잠을 잘 수 있어야지. 내 저 놈을 당장….”
우락부락하게 생긴 앞집 아저씨가 커다란 몽둥이를 휘두르며 지붕을 향해 소리쳤어요.
“소리라도 좋으면 몰라요. 매일 저렇게 켁켁거리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가운을 걸친 뒷집 아주머니가 이마에 얼음주머니를 얹으며 짜증스럽게 말했어요.
“낮에도 아기를 재워놓으면 이상한 소리를 내서 꼭 깨워놓는다니까요.”
지붕 위에서 아래 상황을 지켜보던 사일런은 최대한 몸을 낮췄어요. 마을 사람들에게 잡히면 큰일 날 것 같았거든요. 불만 가득한 목소리 사이로 나지막이 아주머니 목소리가 들렸어요. 보지 않아도 얼마나 미안해하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사일런이 목이 아픈가 봐요. 조금만 이해해주세요.”
“그냥 당장 시장에 내다 팔든지 잡아먹든지 해버려요!”
사람들은 화가 가시지 않는지 언성을 높였어요.
“며칠만 기다려주세요.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그때는 다른 곳으로 보낼게요.”
“좋아요, 삼 일입니다. 그 이상은 우리도 못 참아요.”
마을 사람들은 부부에게 몇 번이나 다짐을 받은 후에야 집으로 돌아갔어요. 아저씨가 슬픈 얼굴을 한 아주머니 어깨를 감싸며 말했어요.
“마음이 아프군. 사람들을 깨우는 게 수탉의 일인데….”
힘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부부를 사일런이 가만히 내려다보았어요.
밤이 깊었지만 사일런은 잠이 오지 않았어요. 아저씨 아주머니가 이웃들과 약속한 날이 바로 내일이거든요. 달이 잠 못 이루는 사일런을 위로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으니 내일 보란 듯이 멋진 소리로 사람들을 깨우는 거야!”
달이 웃으며 말했어요. 하지만 사일런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어요.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 해도 너를 얼마나 칭찬하던지, 네가 사람들이 오지 않는 숲속까지 가서 연습할 때 동물들이 네 멋진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나도 꼭 들어보고 싶었어.”
사일런은 여전히 날갯죽지를 늘어뜨린 채 말했어요.
“아저씨 아주머니가 나를 시장에 내다 팔지 않을까?”
아침에 모이를 주려고 닭장에 들렀던 아주머니의 슬픈 눈빛이 생각나서 사일런이 물었어요. 달이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글쎄, 아주머니는 그러고 싶지 않겠지만 마을 사람들이 저렇게 성화니…. 너를 잃는다면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아주 슬퍼할 거야.”
“….”
“넌 할 수 있어. 너의 목소리는 사람들을 깨우라고 주신 거니까 말이야. 힘내! 이제껏 기다려준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위해서라도.”
어둠을 가르며 해가 떠오릅니다. 지붕 위에서 날개를 펼치고 목을 곧게 세운 사일런의 모습이 조금씩 선명해지네요. 드디어 힘차게 날개를 퍼덕이며 소리를 냅니다.
“꼬오~끼오! 꼬꼭꼭꼭!”
새벽을 여는 우렁찬 소리에 해도 깜짝 놀라 얼른 얼굴을 내밀었어요. 사일런의 멋진 소리가 찬란한 아침 햇살과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갑니다. 사일런의 소리를 들은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잠에서 깨어났어요.
“방금 닭이 운 거죠?”
“세상에! 정신이 번쩍 드는군. 저렇게 멋진 소리는 처음 들어 봐!”
마음씨 좋은 부부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여보, 사일런을 팔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그렇구려. 이제 사람들도 모두 사일런을 좋아할 테니 말이오.”
마을 사람들도 기분 좋은 표정으로 하나둘 대문 밖으로 나왔어요.
“우렁찬 닭 울음소리를 듣고 일어나니 아침이 상쾌하지 않아요?”
“이렇게 멋진 소리를 들려주려고 지금껏 열심히 연습한 건가 봐요, 호호.”
하루를 일찍 시작한 이웃들이 아주머니와 아저씨 집을 지나며 흐뭇하게 웃었어요.
환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해는 사일런을 더욱 밝게 비추었지요.
평소와 완전히 다른 하루를 보낸 사일런은 그날 밤, 어두움을 밝히는 달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어요.
“정말 대단해, 사일런!”
“고마워, 모두가 믿고 기다려줘서 해낼 수 있었어. 너희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뭔지도 몰랐을 거야. 오래도록 기다려준 아저씨 아주머니 마음도 생각하지 않았겠지.”
새벽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사일런은 지금도 가슴이 뜁니다. 지레 겁먹고 포기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기도 했고요.
“생각과 다르게 일이 꼬일 때도 있어. 그렇다고 거기서 멈춰버리면 바로잡을 기회가 영영 없을지도 몰라. 용기를 잃지 않고 네가 해야 하는 일,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오늘, 너처럼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