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하고 매 학기 밀려드는 시험과 과제에 지쳐 있을 때, 우크라이나 키이우 단기선교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생애 첫 단기선교. 말로만 듣고 영상으로만 보던 해외 복음에 나도 참여할 수 있다니!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단기선교단이 보내온 시온의 향기를 접하면서도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꿈만 같았습니다. 난생처음 한국 땅을 벗어난다는 사실 역시 기분 좋은 떨림을 안겨주었습니다. 새로운 복음의 비전을 그려보며 출국 전부터 하루하루가 설렜습니다.
‘과연 내가 머나먼 타지에서 복음을 열심히 전할 수 있을까?’, ‘가뜩이나 러시아어 실력도 부족한데 말도 제대로 못 하면 어떡하지?’
솔직히 설렘만큼 두려움도 컸습니다. 우크라이나라는 나라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러시아어도 너무 어려웠으니까요. 같은 학교 형제자매님들과 1년 넘게 떠듬떠듬 러시아어를 공부해왔음에도 막상 현지인을 만난다 생각하니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었습니다.
부담을 느끼는 제게 식구들은 “아버지 어머니 사랑을 전하러 가는 건 정말 기쁜 일”이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매일 함께 기도하며 자기 일처럼 신경 써주었지요. 식구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틈틈이 들은 설교 말씀 덕분에 첫 단기선교의 긴장과 부담감은 조금씩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유럽에서 진리를 알리고 아버지 어머니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당찬 포부가 더욱 선명하게 새겨졌습니다.
마침내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경유지인 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에서도 성경 말씀을 쉬지 않고 전하며 한껏 달궈진 복음 열정을 발산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을 떠난 지 15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위치한 보리스필국제공항에 도착했고 도시는 이미 한밤중이었습니다. 시온으로 향하는 길, 창밖은 어둠이 내려앉아 온통 어두컴컴했지만 중간중간 보이는 광고 간판 속 현지 언어가 이곳이 우크라이나임을 실감케 했습니다. 이튿날 만난 키이우교회 현지 식구들은 저희를 환한 미소로 맞아주었습니다. 이렇게 진리를 사모하는 아름다운 영혼들을 찾겠다는 굳은 결심 속에 단기선교 일정의 첫발을 뗐습니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이곳에서 하나님 말씀을 전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은 말이지요.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돌아오는 대답이 "내 생각과 당신의 생각은 다르다"뿐이니 조금씩 힘이 빠졌습니다. 젊은 사람 중에는 하나님을 믿지 않거나 성경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해도 저마다 자기 주장이 강했습니다.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뜨거운 햇볕, 낯선 환경 속에서 막막해져만 갔습니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도 기쁨의 결실을 거두는 식구들이 있어 감사했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제 마음은 더 조급해졌습니다. 금방이라도 잃은 영의 형제자매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일정 중 3분의 1이 결실 없이 흘러가버리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버지 어머니께 눈물로 매달리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간절히 기도하며 말씀을 전하던 중에 한 청년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녁 일정을 마무리하고 식구들과 모이기로 약속한 광장에서였습니다. 사실, 광장 계단에 앉아 있는 청년을 보고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내심 ‘그동안 만난 사람들처럼 결국 자기 생각이 옳다며 거부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청년은 성경 말씀에 집중했고, 더 공부해보자는 말에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좋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시온으로 와서 말씀을 더 살펴본 후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는 축복을 받았지요. 감격스러운 순간, 눈물샘이 터졌습니다. 한 영혼을 찾기까지 기다려주신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열매를 맺지 못해 마음 아파하는 저를 지켜보며 한국 식구들과 현지 식구들이 함께 기도해주었다고 합니다. 거의 3주가 지나는 동안 몰랐던 사실이었습니다. 제 상황만 바라보며 끙끙 앓고 있을 때 형제자매님들은 한마음으로 기도해주며 응원해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제야 귀한 영혼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가 모두의 기도 덕분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연합하여 올리는 기도의 힘은 정말 컸습니다. 일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 열매를 맺지 못한 현지 형제님을 위해 열심히 기도해준 단기선교단 형제님이 있었습니다. 저희에게도 같이 기도해달라던 형제님은 전도 모임 때 현지 형제님과 짝이 되어 열심히 성경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 결과 두 형제님은 말씀을 달게 받아들인 청년을 시온으로 인도했습니다. 하늘 부모님께서 자녀들을 위해 항상 기도해주시듯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사랑을 실천하면 아버지 어머니께서 기뻐하시고 축복해주신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깨달았습니다.
현지 식구들과 전도하는 동안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눴습니다. “하나님께서 도와주실 거예요. 힘냅시다!”, “함께 전도하게 되어 정말 기뻐요”, “우리는 예언의 주인공이에요. 아니모!” 서로 언어가 달라 짧게 짧게 이어진 대화였지만 식구들의 말대로 정말 힘이 났고, 잘될 거라는 확신이 차올랐습니다. 단기선교를 다녀온 지 반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서로를 격려하며 복음에 열심 내고 있을 키이우 식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복음, 나아가 세계 복음이 완성되기까지 저 또한 식구들을 기도로 응원하며 쉬지 않고 진리를 전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하나 된 기도가 상달된다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권능의 손길로 도와주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