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가 저와 보낸 시간들을 자주 추억한다면서요. 뒤이어 엄마가 보내준 과거 사진에는 아빠표 토스트를 맛있게 먹는 저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빠가 있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저는 학교에서 맡은 직책 때문에 남들보다 일찍 등교해야 했습니다. 아빠는 하루도 빠짐없이 저를 새벽 5시에 깨워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한창 잠이 많은 나이에 동트기 전부터 일어나야 하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았습니다. ‘아빠가 30분만 늦게 깨워준다면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에 투정을 부릴 때도 많았지요. 학교에 일찍 갈 필요가 없는 날에도 항상 새벽 5시에 잠을 깨우는 아빠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
졸음이 한가득 묻은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등교 준비를 마치면 아빠는 저를 식탁에 앉히고 아침을 먹였습니다. 입맛이 없다며 제가 부루퉁해 있으면 “아침 식사를 해야 건강에 좋아. 나중에는 다 이해할 수 있을 거야”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날마다 반복했습니다. 심지어 주말에도 아침상을 차려놓고 출근하는 아빠를 보며 왜 그렇게 아침 식사에 지극정성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아빠의 꾸준한 노력 덕분일까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도시에서 혼자 생활할 적에도 웬만해서는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았습니다. 기상 시간은 새벽 5시였지요. 오늘 아침에는 무얼 먹었느냐는 아빠의 근심 어린 문자메시지가 그 비결 중 하나였습니다. 아빠는, 부모 품을 떠나 홀로 지내는 딸에 대한 걱정을 아침 식사 메뉴를 묻는 것으로 대신하고는 했습니다.
아침에 먹을 음식을 만들고 있노라면 저를 위해 아침상을 차리느라 다른 가족들보다 더 이른 시간에 눈 떴을 아빠가 많이 생각납니다. 일하느라 피곤할 텐데도 아빠가 아침 식사 준비를 건너뛴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괜한 투정으로 식사를 거르려 할 때마다 안타까웠을 아빠의 마음을 왜 진작 헤아리지 못했는지…. 함께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던 아빠의 사진을 보면서 죄송한 마음에 펑펑 울고 나서야 그 사랑이 조금씩 가늠됐습니다.
지금 저는 다른 도시도 아닌 머나먼 타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희 집에 오신 아빠에게 맛있는 아침 식사를 대접해드렸습니다. 일찍 일어나 아빠가 좋아하는 토스트, 시리얼, 우유를 준비하고 “아빠를 위해 준비했어요. 어서 드세요!”라고 말하며 아빠를 깨웠지요. 식탁에 앉은 아빠는 “네가 자랑스럽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소소하고 투박하지만 가장 특별한 기억으로 자리 잡은 아침 식사였습니다.
딸에게 영양가 있는 아침을 먹이려고 새벽 일찍 일어난 아빠를 떠올리다 보면 자녀 위한 기도로 하루를 여신 하늘 아버지의 삶이 겹쳐 보입니다. 자녀들의 영혼을 걱정하시며 밤낮없이 진리 책자를 쓰시고 말씀의 양식을 준비하신 하늘 아버지. 그 희생과 은혜를 기억하며, 앞으로는 하나님 말씀을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겠습니다. 훗날 하늘 아버지께서 이렇게 칭찬해주시기를 고대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