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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복음이 온 세상에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걸으며

2020.081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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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청년입니다. 열정이 넘치는 시기,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는 이 시기에 저를 복음의 일꾼으로 불러주신 하나님의 축복에 언제나 감사합니다. 더불어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청년들을 ‘새벽이슬’이라 칭해주셔서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복음 안에서 새벽이슬 청년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걱정스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열정의 시기에 복음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느껴져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복음에 헌신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고, 하늘 아버지의 희생을 느끼면서 굳센 믿음을 갖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습니다. 때마침 하나님께서 제 소원을 이루어주시는 듯 제게 오칼둥가 선교를 허락해주셨습니다.

    오칼둥가는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약 250킬로미터 떨어진 고산지대인데 에베레스트산과 여러 봉우리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저는 오칼둥가에서 도보로 2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머무르며 오칼둥가의 복음을 돕고 그곳 식구들과 올해 유월절을 지켰습니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하나님의 일에 헌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게 또 다른 축복도 허락해주셨습니다. 키지팔레테 지역 식구들과 함께 절기를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키지팔레테는 오칼둥가에서 도보로 16시간 정도 떨어진 지역입니다. 이곳에는 13명의 식구들이 있는데 서로 2시간씩 떨어진 곳에 살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식구들은 카트만두교회에 가서 절기를 지켰지만, 이번에는 전 세계에 퍼진 코로나19 때문에 갈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일로 근심하는 식구들의 마음을 살펴주셨고 제가 그곳으로 가서 함께 절기를 지킬 수 있도록 해주신 것입니다.

    식구들과 함께 절기를 지킨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키지팔레테까지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가는 동안 무서운 절벽 길, 가파른 언덕, 길고 울창한 숲길을 만났습니다. 오랫동안 걸으며 지쳐서 숨이 멈출 지경이었을 때 하늘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15시간이나 걸리는 장거리 도보 여행은 처음이었습니다. 하루만 걸어도 이렇게 힘든데 아버지께서는 37년 동안 그 힘든 길을 어떻게 걸으셨을지….

    긴 여정 끝에 키지팔레테 식구들과 벅찬 기쁨 속에 상봉했습니다. 식구들의 환한 얼굴을 보는 순간 모든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식구들은 대부분 연세가 많으셨는데, 하나님의 절기를 지킬 수 있다는 것에 크게 기뻐하며 하나님께 감사드리셨습니다.

    아름다운 형제자매님들과 절기를 지킨 뒤, 왔던 길을 혼자 돌아가야 했습니다. 숲에서 야생동물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고, 끊임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길이 미끄러워 수차례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이러한 길을 홀로 걸으셨을 하늘 아버지가 많이 그리웠습니다. 산골에서 복음을 전하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해내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앞서 가신 길을 따라 걸어보고서야 비로소 그 희생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달았습니다.

    조금이나마 아버지의 희생을 깨닫고 새벽이슬 청년으로서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버지께서 걸어가신 복음의 길을 끝까지 동행하며 어머니의 미소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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