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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아버지의 마음

202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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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본가에 갔던 날이었다. 각자 자취하던 우리 세 자매도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맛있는 음식을 시켜 먹자며 배달 앱을 켜고 메뉴를 고르는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아버지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내가 사줄게. 맛있는 걸로 시켜!”

    나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요, 저희가 낼게요.”

    아버지가 몇 번이고 사주시겠다고 하셨지만 나는 계속 사양했다.

    “이제 저희 셋 모두 직장인이잖아요. 저희가 낼게요.”

    그 순간, 밝게 웃던 아버지의 얼굴에 잠시 쓸쓸함이 스쳤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이제 다들 직장생활을 하니 아빠한테 뭐 사달라는 말도 없고, 필요한 거 있다고 조르지도 않아서 가끔 마음이 허하고… 좀 슬프다. 맛있는 거 사달라고, 운동화 사달라고 하던 예전 너희 모습이 문득문득 그리워.”

    말문이 막혔다. 그동안 그런 행동이 아버지를 위한 배려라 믿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넉넉하지 않아도 언제나 부족함 없이 우리를 키워주셨다. 이제는 아버지를 덜 힘들게 하자 싶어 내 몫은 내가 감당하려고 애써왔다. 더 이상 경제적인 부담도 드리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무엇이든 스스로 해내려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마음은 자식들 생각과는 달랐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무엇이든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일하셨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아버지를 먼저 찾는 우리의 모습에서 삶의 의미와 기쁨을 느끼셨던 것 같다. 어쩌면 아버지는 우리가 자신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그 눈빛 하나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으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더 이상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우리의 모습에 아버지는 조용히 서운함과 외로움을 느끼고 계셨던 것이다. 그날 이후 본가에 내려가면 내가 먼저 말한다.

    “아빠, 치킨 사주세요! 아이스크림은 사다 놓으셨어요?”

    아버지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신다.

    “다 시켜! 아빠가 다 사줄게.”

    그러고는 냉동실 문을 활짝 열어 그 안을 가득 채운 아이스크림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신다.

    문득 하늘 부모님께서도 이와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부족하고 연약한 존재인 내가 언젠가부터 ‘이제는 다 컸노라, 이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노라’며 하늘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으려고 하지 않았나, 하늘 부모님을 힘드시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혹여 덜 찾지는 않았을까 돌아본다. 하늘 부모님께서도 자녀들이 당신을 찾고 의지하며, 모든 것을 당신과 함께하기를 원하실 것이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힘들 때도 모든 순간을 말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든 가장 먼저 하나님을 찾고 의지하며 아버지 어머니께 기쁨이 되는 딸, 위로가 되는 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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