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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그릇 정리

2025.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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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에 그동안 미뤄왔던 그릇 정리를 했습니다. 샐러드를 담는 넓은 그릇, 여러 가지 소스를 담는 작은 그릇, 국을 담는 큰 대접, 한 번도 안 쓰고 아껴둔 예쁜 도자기 그리고 어떻게 끼워 넣어도 정리가 되지 않는 별난 모양의 그릇…. 그릇들을 하나씩 꺼내어 씻고 말려 차곡차곡 정리했습니다. 자연스레 넓고 큰 그릇이 가장 아래에 놓였고 그 위로 중간 크기의 그릇, 작은 그릇들이 쌓였습니다. 가장 위에는 간장을 담는 종지가 올라갔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도 그릇을 쌓아봤습니다. 중간 크기의 그릇을 먼저 놓고 그 위에 큰 그릇을 올려도 보고, 작은 그릇 위에 큰 그릇을 올려도 보았습니다. 요리조리 순서를 바꿔봐도 큰 그릇을 가장 아래에 놓지 않는 이상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결국 처음에 정리한 것처럼 넓고 큰 그릇부터 크기 순으로 쌓으니 균형이 잘 맞고 안정적이었습니다.

    우리의 믿음을 그릇으로 표현하신 하나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많이 담고 싶어도 작은 간장 종지에는 음식을 많이 담을 수 없듯, 많은 축복을 받으려면 큰 믿음의 그릇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죄인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까지 오셨지만 죄인들에게 조롱과 멸시를 받으셨습니다. 그럼에도 묵묵히 참으시고 겸손과 낮춤, 섬김의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본을 따라 뭇 영혼들을 포용하고 품어줄 수 있는 깊이와 넓이를 갖춘 마음이 큰 그릇, 큰 믿음일 것입니다.

    저도 큰 그릇이 되고 싶었지만 모든 것을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속이 상해 버린 상태에서 용서하고 포용하기란 더 어려웠습니다. 상처받지 않도록 나의 마음가짐을 달리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는 원망을 버리고 ‘그럴 수 있지’라고 이해하니 그토록 어려웠던 포용이 조금씩 가능해졌습니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시비비를 가리기에 급급했던 저였기에 하나님께 참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부터라도 묵은 먼지를 훌훌 털어내고 깨끗한 마음의 그릇에 하나님의 말씀과 사랑을 가득 담아 아름다운 연합을 이루리라 다짐해 봅니다. 상대의 허물은 감싸주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며 어떤 시련과 시험에도 흔들리지 않는 큰 그릇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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