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중순, 전국에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당진에도 ‘200년에 한 번 올 수준의 일 강수량’을 기록할 만큼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순식간에 물이 불어 소방대원들이 보트를 타고 주민들을 구조하는 장면도 뉴스로 보도되었습니다.
며칠 뒤, 수해로 시름에 잠긴 사람들에게 사랑과 위로를 전하고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해 당진과 서산, 태안 지역 성도 100여 명이 수해 복구 봉사활동에 마음을 모았습니다. 봉사 전날까지 비가 오락가락해 혹여 복구 작업이 지연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당일 새벽에 비가 그쳤습니다.
차를 타고 복구 작업을 할 마을로 이동하면서 본 광경은 처참했습니다. 다리가 끊어지고 토사가 유실되었으며 하천 주변 나무들은 물살이 지나간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길은 온통 자갈과 진흙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마을에 도착해 인원을 나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집들로 향했습니다. 제가 가게 된 곳은 약 1미터 정도 침수됐던 집이었습니다. 벽지에 고스란히 남은 흔적이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물에 잠겼던 가구는 이미 폐기한 상태여서 저희는 방 안의 벽지를 뜯어내고, 흙 범벅이 된 살림살이를 마당에서 세척했습니다. 그릇에 묻은 진흙을 깨끗한 물로 씻어내면서, 집 안 곳곳에 남아 있는 피해의 흔적이 다 없어져 이 가정이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집기들도 더 정성 들여 닦아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작업을 마무리하고 돌아서는데 마치 다리에 맷돌이 달린 듯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우리는 하루 몇 시간 봉사하고 돌아갈 뿐이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막막할 이재민들의 고통과 슬픔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에게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면서도 애타는 심정이 배어나는 주민의 눈빛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늘 아버지 어머니 마음도 이러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발 살려달라는 저희의 눈빛을 잊을 수 없어 구원하러 이 땅에 오셨겠지요. 자녀들이 구원으로 나아오기까지 얼마나 애가 타고 마음이 아프실까요. 한 치 앞도 알지 못하는 막막함 속에 소망 없이 살던 저희에게 유월절 생명의 빛을 비추어 천국 가는 길로 인도해 주시고, 생명수로 저희의 죄를 씻겨주신 엘로힘 하나님의 사랑이 가슴에 사무쳤습니다.
수해 복구 활동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이웃과 나누고, 하늘 부모님의 은혜를 깨닫게 해주신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