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어느 날, 대학생인 딸이 시무룩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엄마, 내 얼굴이 많이 까매졌어?”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오늘 어떤 분이 나한테 얼굴이 왜 그렇게 많이 탔냐고 해서 좀 속상했어.”
매일 보는 사이라 그런지 피부가 탔다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딸 얼굴을 살피며 되물었습니다.
“그런가? 근데 그게 왜 속상할 일이야?”
제 말에 딸은 입술을 삐죽이며 한참을 기운 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딸을 달래줘야 하는데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핀잔만 주고 말았습니다.
며칠 후, 집에 들어온 딸이 즐거운 목소리로 저를 불렀습니다.
“엄마, 오늘 어떤 분이 나한테 엄청 기분 좋은 말을 해줬어.”
딸이 들려준 시온 식구의 말은 이랬습니다.
“자매님, 그동안의 수고가 얼굴에 나타나는 것 같아요. 태양 빛 아래서 얼마나 열심히 천국 복음을 전했으면 얼굴이 성령의 빛으로 물들었겠어요? 저도 자매님처럼 열심 내서 성령이 가득 타오르는 얼굴이 되어야겠어요.”
딸이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오늘 식구 말을 듣고 나니까 얼굴 탄 것이 열심히 전도해 받은 훈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행복해.”
새삼 말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똑같은 의미인데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기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말의 힘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같은 말이라도 식구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말하지 않았나 되돌아봤습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있지요. 항상 말의 힘을 생각하며 고운 말, 좋은 말로 형제자매를 응원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