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한 요나는 하나님께서 다시 니느웨로 가라고 명하실 때 지체 없이 옳은 길을 선택했습니다.” (《하나님과 동행》 제21장 ‘쉬운 길과 옳은 길’ 중)
늦은 밤, 낯선 땅에서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설교집을 읽던 제게 이 글은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눈앞의 여건이 두려워 회피했던 발걸음을 바로 돌이킬 만큼요.
작년, 생애 첫 해외복음으로 짐바브웨를 방문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저 나름대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왔다 생각했는데 여러 힘든 환경에서도 천국 소망으로 반짝거리는 식구들을 보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믿음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저 또한 그런 믿음을 가진 선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은 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몇 개월 뒤, 3개월간의 선교를 계획하고 다시 짐바브웨로 날아갔습니다. 목적지는 수도 하라레에서 88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빈두라라는 지역이었습니다. 빈두라는 하라레보다 차편도, 물도, 전기도 부족했지만 성경 말씀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은 넘쳐났습니다. 학생들도 상당한 수준의 성경 지식을 갖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저희가 하나님 말씀을 전하러 왔다고 하면 대부분 자신의 성경을 가져와 함께 살폈고, 새 언약 유월절과 어머니 하나님 등 들어보지 못한 진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말씀이 성경에 있었나요? 저도 침례 받고 그 교회를 다니고 싶어요.”
기다렸다는 듯 생명수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며 저를 비롯한 선교단원들은 복음의 발걸음을 한시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선교 장소로 이동하는 버스에서도, 숙소 관리인과 그 가족에게도 진리 전하기를 쉬지 않았고 한 달 만에 64명의 하늘 가족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습니다. 저와 함께 3개월간 빈두라에 머물기로 한 식구가 사정상 먼저 귀국하게 된 겁니다. 다른 단원들도 예정대로 한 달의 선교를 마치고 돌아가야 했고요. 단원들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냈던 순간들이 스치며 이제는 혼자 견뎌야 한다는 생각에 당황스러웠습니다. 현지 식구들과 소통이 잘 이뤄질지, 문화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등 각종 걱정거리도 저를 덮쳤습니다. 목회자, 식구들과 논의 끝에 저는 결국 한국 식구들이 있는 인근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눈앞에 빈두라 시온 식구들이 아른거렸습니다. 현지 지교회 관리자 부부 두 분이 60여 명의 새 식구를 돌보기가 쉽지 않을 듯했습니다.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설교집을 펼쳤습니다. 두려움으로 하나님의 분부를 피해 도망했지만 회개하고 니느웨로 가 서 12만 명을 회개시킨 요나에 대한 말씀이 마치 제게 주시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성경을 펼쳐 요나서를 정독했습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빈두라에 남아서 새 식구들이 믿음을 굳건히 세우도록 돕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지 않을까’, ‘내 안위만 생각하며 현지 식구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식구들과 하나님께 죄송해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회개한 요나에게 큰 축복을 주셨듯, 지금이라도 빈두라로 돌아가면 사람의 생각으로는 어려운 여건도 하나님께서 모두 도와주시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회개의 기도를 올리며 밤을 보낸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양해를 구하고 다시 빈두라로 돌아갔습니다.
요나가 새로운 결심으로 니느웨에 하나님의 뜻을 외쳤듯, 이번이 빈두라에서 복음을 전할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하루하루 간절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새 식구 중 한 명이라도 알곡으로 자라나게 돕자는 목표를 갖고 현지 집사님 부부와 함께 식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습니다. 높은 산을 오르고 강을 건너고, 한참을 걸어 식구를 만나 말씀 공부를 했던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 영혼의 소중함을 깨달을수록 곁에 있는 식구들과도 더 화합하려 애썼습니다. 비록 소통이 원활하진 않았어도 서로 이해하려 노력하고, 지칠 때는 응원해 주는 시간들이 어느 때보다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하루는 집사님이 정글 지역에 가보자고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달려간 뒤 숲속으로 30분을 더 걸어가야 하는 곳입니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을 정도로 깊숙한 오지로, 말 그대로 정글입니다. 그곳에도 우리 식구가 있다고 해 망설임 없이 찾아갔습니다. 처음에는 식구에게 말씀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어느새 이웃들이 몰려와 같이 경청했습니다. 세상과는 다소 단절되어 있었지만 오히려 욕심도, 자기 자랑도 없이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믿음을 갖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그중 4명이 엘로힘 하나님을 영접했고 거리가 먼데도 불구하고 모두 꾸준히 시온으로 나아와 진리를 살폈습니다. 짐바브웨에는 이런 정글이 많습니다. 그곳들에 구원의 소식을 알리는 것이 짐바브웨 식구들의 목표라고 합니다. 그 소망이 속히 이뤄지길 기도드립니다.
고민하고 회피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빈두라에는 우려했던 난관보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예비하신 축복이 훨씬 많았습니다. 이전에는 작은 시온 건물에서 대여섯 명이 함께 예배를 드렸는데, 귀국할 즈음엔 식구들로 공간이 가득 차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새 식구 중 이십여 명이 규례를 지켰고, 그중에는 벌써 한국으로 가서 하늘 어머니를 뵙고 싶다는 소망을 품은 식구도 있습니다. 보석 같은 형제자매들을 보며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전파되리니” 하신 예언이 이곳에서 성취되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전기와 물이 부족해 촛불 아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상고하고, 형제자매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한참을 걸어 물을 길어오는 현지 식구들의 모습을 보며 복음의 열정과 희생정신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동안 저는 선지자가 되고 싶다면서도 복음 일선에서 한 발짝 떨어져 관망해 왔습니다. 하나님의 일이라면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식구들을 보며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어디서든 불타는 믿음으로 헌신하는 선지자가 되어야겠다고요.
회개한 후 담대히 하나님의 뜻을 전했던 요나처럼, 이제 복음의 일선에서 다시는 후퇴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아무도 멸망치 않고 다 회개하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상황과 여건이 아닌 하나님의 약속을 바라보고 담대히, 더 담대히 나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