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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복음이 온 세상에

행복한 복음

2024.0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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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복음 하고 가세요.”

    필리핀에서 선교를 시작하던 날, 저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당회장님이 주신 답변입니다. 선교지에서 이룰 목표와 사명만 바라보던 저는 예상치 못한 답에 당황했습니다. 그저 선교 기간 동안 즐겁게 지내라는 뜻인가 보다 하고 가볍게 넘겼지요. 1년의 여정을 마친 지금, ‘행복한 복음’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선교 초반에는 낯선 환경에서 눈앞의 문제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곳에 있는 게 맞는 건가 싶고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찬찬히 스스로 돌아볼 기회를 주셨습니다. 끝없는 여름, 문화 차이, 문득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이 저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아직 남아 있는 죄의 본성이었습니다. 제 부족함을 깨달으니 지금 이 순간이 변화받고 믿음의 뿌리를 깊게 내릴 기회로, 주변 모든 상황은 저를 천국까지 데려가시려는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으로 보였습니다.

    그제야 제가 하나님께서 이끌어가시는 생생한 복음 현장에 초대되었음이 느껴졌습니다. 혼자라고 생각될 때 위를 보니 아버지 어머니께서 계셨고 옆을 보니 형제자매가 함께였습니다. 진리를 깨달은 하늘 가족이 점점 늘어나 제가 있던 제2케손시티교회 주변, 아직 교회가 세워지지 않은 지역에 속속 바이블센터가 설립되는 장면은 직접 보면서도 놀라웠습니다.

    정성스럽게 하나님의 언약궤를 모시고자 하는 식구들에게서 당신의 삶 전부를 자녀들 위해 사셨던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이 엿보였습니다. 식구 한 명 한 명이 어떻게 진리를 영접했으며 어떤 복음의 길을 걷고 있는지 들여다보면 아버지 어머니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하나님의 넘치는 사랑과 보살핌 속에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매일 감사가 샘솟았습니다.

    사전에서는 ‘행복’을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정의합니다. 그렇기에 행복이라는 감정은 누군가 나에게 강요할 수도 없고, 인위적으로 만든다 하더라도 얼마 가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마음 맞는 식구들과 웃으며 전도하고 즐거이 모임에 참여하는 정도만 해도 행복한 복음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과 은혜를 마음 깊이 깨달은 뒤 우러나는 뭉클하고 벅찬 감정으로 말씀을 전하는 것,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와 동행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 살아 있는 복음 현장에서 쓰임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이런 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복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잘 가꾸어진 화분에 피어난 꽃보다 폭풍우가 내리치는 절벽에 피어난 꽃의 생명력이 더욱 강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려운 상황에 두시는 이유 역시 어떤 시련에도 끝까지 버티는 힘을 길러 꼭 천국에 갈 수 있게 하시려는, 애타는 사랑에서 비롯됐음을 깨달았습니다. 제게 주어진 모든 여건이 하나님의 축복이었기에, 필리핀에서의 복음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시는 다음 여정도 다르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동행하시고 사랑하는 천국 가족이 함께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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