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복지 관련 기관에서 종종 컴퓨터 수업 보조교사로 자원봉사를 합니다. 성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수업은 수강생 수준에 맞춰 기초 지식과 실습 위주로 천천히 진행됩니다.
그렇기는 해도 자국어 자판이 아니다 보니 한글이 능숙하지 않은 외국인은 타이핑 속도가 느립니다. 가끔 진도를 놓쳐 헤매기도 하고요. 그때 옆에서 자판 위치를 알려주고 진도를 따라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보조교사의 역할입니다.
대단한 컴퓨터 능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니라 교사라는 호칭이 민망할 정도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앞에서 가르치는 강사와 똑같은 선생님입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으면 무척 고마워하며 열심히 수업을 따라갑니다. 저 역시,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와 타국에서 수고가 많은 이방인들에게 뭐라도 도움이 된다는 데 보람이 큽니다. 그래서 기관에서 지원을 요청할 때 시간만 맞으면 적극적으로 봉사에 참여하는 편입니다.
이곳 학생들은 중국, 베트남, 스리랑카 등 국적은 다양해도 컴퓨터를 배우는 목적은 동일합니다. 바로 더 나은 삶을 위해서입니다. 사실 한국어도 어려운 마당에 한글로 된 컴퓨터를 배우기가 쉬울 리 없습니다. 만일 제가 스리랑카에서 그 나라 고유어인 신할리즈어로 컴퓨터를 배운다는 상상을 하면 벌써부터 아득해집니다. 배울 엄두조차 나지 않을 것 같은데 이들은 일요일 오후의 달콤한 휴식도 반납하고 빠짐없이 수업에 참여합니다.
타성에 젖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그 모습에 응원을 보내면서 속으로 다짐합니다. 하늘 본향을 떠나와 이 땅에서 영적 이방인의 삶을 살아가는 나 또한 게으름 피우지 않고 영혼을 성장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