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저는 헌혈 횟수 200회를 달성한 데 이어 직장 본사에서 진행한 헌혈캠페인에서 헌혈왕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엄청난 노력이 드는 일도 아니고 그저 꾸준히 작은 나눔을 실천했을 뿐이라 민망하기도 하고 마치 하나님께서 선물을 주신 것 같기도 해서 기쁘고 감사합니다.
흔히들 그렇듯 20대 초반에는 별생각 없이 몇 차례 헌혈한 것이 다였습니다. 헌혈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은 때가 2000년쯤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믿음 생활의 변곡점을 맞으며 약간 위축된 상태였습니다. 마음의 짐은 훌훌 털어버리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가르침을 실천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었지만 내세울 만한 재주나 재능이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건강한 몸으로라도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헌혈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하신 보혈로 죄 사함과 영생을 얻은 만큼, 영육 간 누군가를 살리는 일에 힘써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꾸준한 헌혈의 순기능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먼저, 위급한 환자를 살리는 것은 다들 잘 아실 겁니다. 두 번째는, 혈액을 기증하려면 헌혈하는 저부터 건강해야 하니 절로 건강을 점검하고 관리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체력 관리를 위해 출퇴근할 때 자전거를 타고 쉬는 날엔 조깅이나 줄넘기 운동을 했습니다. 헌혈 당일에는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등 식단도 조절했습니다. 덕분에 환갑이 다 된 지금도 특별히 아픈 곳 없이 활력 있게 지냅니다.
건강 관리와 헌혈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지인이 자녀가 아파 급히 수혈이 필요하다며 연락해 왔습니다. 제가 늘 건강을 관리하며 자주 헌혈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누구보다 먼저 제게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저는 당장 달려가 지정 헌혈을 했습니다. 평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면 적시에 도와줄 수 없었겠지요. 그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뿌듯하고, 이웃을 도울 소중한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가끔 직장 동료들이 자신이나 가족의 수혈을 위해 헌혈증을 부탁할 때면 모아 놓은 헌혈증을 건넵니다. 평상시 헌혈에 동참해 헌혈증을 모아 놓는 게 좋다고 주위에 이야기해도 본인이 긴급한 상황을 겪기 전에는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오히려 “자주 헌혈하면 빈혈이 생기지 않냐”, “그러다 쓰러진다”며 저를 염려합니다. 제가 “전혀 그렇지 않다. 헌혈을 위해 관리하니까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더 건강하다”고 설명해도 ‘피를 뽑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깨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온에서 활발히 진행하는 ‘전 세계 유월절사랑 생명사랑 헌혈릴레이’는 그런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각국에서 시온 가족이 대거 참여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까지 동참하도록 도우니 말입니다.
25년간 지속해서 헌혈하다 보니 이제는 헌혈이 가능한 시기가 되면 몸에서 ‘헌혈할 때가 됐구나’ 하는 느낌이 옵니다. 양쪽 팔 번갈아 가며 헌혈하느라 주삿바늘 자국이 남지만 제게는 영광의 훈장입니다. 잠깐의 따끔함, 점과 같은 상처로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니 실로 뜻깊은 나눔이지요. 가능한 나이까지는 계속 건강 관리 하며 헌혈할 예정입니다.
헌혈하면서 영적인 깨달음도 얻습니다. 지속적인 헌혈로 남을 돕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제 건강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믿음 생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규례를 지키며 생명 살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 곧 제 영혼이 사는 길이니까요. 헌혈할 때마다, 죽어가는 영혼을 살리는 전도도 쉬지 않고 꾸준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되새깁니다. 사랑을 나누는 헌혈로 생명을 살리고 건강을 지키게 해주신 엘로힘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