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러스한 아빠, 가족의 중심축이자 친구 같은 엄마, 큰 웃음을 담당하는 저까지 저희는 웃음이 가득한 가족입니다. 화목한 가족이지만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있었는데요. 바로 ‘대화’입니다. 특히 아빠와 저 사이에서요.
군인 집안에서 나고 자란 아빠는 자기 주관이 강하고 감성적인 대화를 잘 못하다 보니 미안하다는 말을 좀처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십니다. 저도 고집이 세고 욱하는 성정이 있지만 엄마의 영향인지 대화하기를 좋아하고 조금은 오글거려도 따뜻한 말 건네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빠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곤 했습니다. 엄마의 조언은 귀담아들으면서도 아빠의 훈계에는 그러지 못했고, 저랑 아빠가 대화할 때면 항상 엄마가 중재자 역할을 하셨습니다. 엄마의 노력에도 제가 스무 살이 되기까지 저와 아빠의 대화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아빠와 대화하던 중 크게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서로 감정의 골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빠의 사과 한마디면 마음이 풀릴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사랑의 언어인 사과의 말을 실천해 보자고 설득해도 아빠는 그런 말은 못 한다며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엄마는 아빠에게 자신이 먼저 말할 테니 따라 하기만 하라고 부탁했습니다. 망설이던 아빠가 엄마의 말을 따라 했습니다.
“원우야, 미안해.”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단지 엄마가 말한 대로 똑같이 말했을 뿐인데 제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가 눈 녹듯 사르르 사라졌습니다. 어머니 사랑의 언어로 가정에 웃음과 온기가 되살아났습니다.
단 세 글자이지만 ‘미안해’라는 말은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큰 힘을 갖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사랑의 언어를 실천해 세상을 따뜻하게 보듬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