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하늘은 쉴 새 없이 비를 쏟아부었다.
멀리 나갈 수는 없어도 딸아이가 일 년을 기다린 날이므로 장난감을 사려고 외출을 시도했다. 우산이 소용없을 만큼 비바람은 우산 속까지 들이쳤다. 감기 기운에 몸 상태가 좋지 못했던 나는 빗방울 하나만 피부에 닿아도 온몸이 서늘해졌다.
우산을 자동차 문에 최대한 가까이 받치고 딸아이를 태웠다. 그러고서 우산을 접고 들어가는데 그 짧은 순간에 비를 쫄딱 맞았다. 수건과 휴지를 찾는 내내 나도 모르게 투덜대고 있었나 보다. 옆에서 듣다 못한 남편이 한마디 했다.
“비가 오는 날에 젖는 건 당연한 거야.”
그 순간 원망 불평하고 있는 내 모습이 거울에 비친 듯 훤히 그려졌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속에 있으면서 비 한 방울 맞지 않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젖는 게 당연한데도 끊임없이 투덜대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족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