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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눈꽃송이

냉기와 어둠을 견딘 덕에

하얀종이21.01.08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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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고등학교 시절, 해마다 여름이면 집 담장을 타고 나팔꽃이 폈다. 등교하기 바빠도 항상 나팔꽃에 눈인사를 건넸고, 쉬는 날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봤다. 해 뜰 무렵 잠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꽃. 그 짧은 아름다움이 애처로워 마음이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몇 해 전 나팔꽃에 대한 짧은 글을 보았다. 나팔꽃이, 따듯한 아침 햇살 때문이 아니라 지난밤의 냉기와 긴 어둠을 견딘 덕에 활짝 피어난다는 내용이었다. 밤새 기온이 떨어지지 않게 유지해주었더니 다음 날 아침에 꽃이 피지 못하더라는 실험 결과도 있었다.

    포근한 햇살이 아니라 매서운 추위가 잠든 씨앗을 깨어나게 하다니.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흔하디흔한 말이 떠오른다. 추위를 견뎌 활짝 입을 여는 나팔꽃을 보며 나도 그리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올겨울이 다 가기 전 화단에 꽃씨를 뿌려봐야겠다. 작고 여린 새싹들이 추위를 견뎌내고 꽃을 피워내는 장면을 보면 나도 그리 되리라는 용기와 의지를 얻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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