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채팅방에 누렇게 변색된 편지 하나가 올라왔다. 오빠가 난생처음 쓴 거라면서, 열 살이던 오빠가 쓴 편지를 보고 우리 일곱 남매는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잊었던 추억이 아롱아롱 떠올랐다. 편지에서 오빠는 엄마가 이모 결혼식에 오빠를 데려가기로 했다고 자랑했다.
‘참, 그리고 엄마가 이모 결혼식 때 나를 데리고 간다고 했어(메롱 애골롭지)!’
30년 전, 우리 가족은 섬에 살았다. 뭍에서 섬으로 시집을 온 엄마는 친정에 행사가 있으면 일곱 남매를 다 데리고 갈 수 없어서 한둘만 데리고 가셨다. 그래서 외가에 갈 일이 생겼다 하면 우리 칠 남매는 일찍부터 엄마에게 데려가 달라고 조르곤 했다. 이모 결혼식에는 오빠가 선택됐었나 보다. 한껏 들뜬 오빠가 결혼식에 못 가는 둘째 언니를 약 올리는 내용만 봐도 다들 얼마나 가고 싶어 했는지 그 마음이 느껴졌다. 어디 언니한테뿐이었으랴.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녔을 개구쟁이 오빠 모습을 떠올리다 웃음이 났다.
편지 한 장으로도 이렇게 즐거운데, 하늘나라에 돌아가 복음의 행실록을 함께 열어보는 그날, 하늘 가족들과 얼마나 울고 웃을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