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에 산 지 십 년이 훌쩍 넘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더니 집 부속품이 하나씩 낡고 고장 나서 손볼 곳이 꽤 많아졌다. 어느 날 딸이 화장실 문손잡이를 바꾸자고 했다. 사실 나도 몇 달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족 중 누구도 불평하지 않기에 조금 더 쓸 요량으로 미루고 있었다. 딸도 참고 참다가 얘기를 꺼낸 듯했다.
결국 새 문손잡이를 구매했다. 마침 남편이 지방에 가 있어 내가 연장을 들었다. 처음으로 문손잡이를 분해해보는 거라 조금 긴장됐다. 드라이버로 나사를 푸는데, 나사가 녹슬 대로 녹슬어 마모돼 있었다. 공구함에서 쇠톱을 꺼내 문손잡이를 아예 잘라냈다. 겨우 분해했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새 문손잡이를 어떻게 조립해야 하나 막막했다. 우선 구멍에 몸통만 넣고 문을 닫아 봤는데 아뿔싸, 문이 잠기고 말았다. 이대로 갇혀서 구조대를 불러야 하는 건 아닌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다행히 아들의 도움으로 겨우 문을 땄고 마침내 손잡이 설치를 마무리했다. 우여곡절 끝에 단 새 문손잡이를 보니 무척 뿌듯하고 감사했다.
오래된 문손잡이가 가져온 해프닝을 겪으며 내 자신을 돌아봤다. ‘이 정도는 괜찮아’ 하며 알면서도 방치했던 나쁜 습관, ‘다음에’란 말로 포장했던 게으름 등이 오랫동안 내 영혼의 안전을 좀먹고 있었다.
부족한 점이 이렇게 많은데 그간 너무 교만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해묵은 허물을 버리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