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던 것처럼 더러워진 옷들을 세제와 함께 세탁기에 넣고 작동 버튼을 눌렀다. 뒤돌아 나가면서 세탁기가 작동하는 소리를 들었다. 한 시간 뒤 세탁 종료 알람에 빨래를 건져보니 흠뻑 젖어 있고 세제도 그대로 묻어 있었다. 세탁기가 고장 난 것이다.
코로나19로 칠레의 많은 도시에 쿠아렌테나(Cuarentena, 봉쇄) 조치가 내려져 수리 기사를 부를 처지도 아니었다. 결국 한 달 동안 손빨래를 했다. 이후 영상 통화로 수리 기사의 도움을 받아 세탁기를 고쳤다. 기술자도 아닌 내가 고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간단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세탁기가 작동하면서 반복적으로 생기는 진동 때문에 나사 하나가 빠져, 세탁기가 회전하지 않았던 것이다.
작은 나사가 그토록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더불어 시작과 종료 소리는 냈지만 실제로 작동하지 않았던 세탁기처럼 나도 겉으로만 요란하고 사실은 열심내지 못한 일들이 없는지 돌아봤다. 하나님 앞에 작은 부분이라도 불순종한 일은 없는지 수시로 나를 점검하고 재정비하며 복음 사명에 충실히 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