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모친을 우리 집으로 모셨다. 매 끼니 죽을 쑤고, 약을 챙겨드리다 어릴 적 유난히 알약을 잘 먹지 못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약을 먹을 때면 알약을 입에 넣고 아무리 넘기려 해도 물만 한없이 삼켜졌다. 알약은 입안에서 뱅뱅 돌다가 조금씩 쓴맛이 녹아나와 나를 괴롭게만 할 뿐 도통 넘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나를 위해 부모님께서는 약을 빻아 물과 함께 개어주셨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꿀꺽 넘길 수 있었다. 내가 약을 삼키면 엄마는 얼른 사탕을 입에 넣어주셨다.
모친은 지금 어릴 때의 나처럼 알약을 드시지 못한다. 그래서 가루약을 작은 그릇에 풀어 떠먹여 드린다. 싫어도 드셔야 얼른 낫는다는 막내딸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인상을 쓰며 삼키시는 모친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이상하다.
모친을 모시다 보니 하늘 부모님의 지극하신 사랑이 가슴 한구석에 두둥실 떠오른다. 사망의 병으로 신음하는 하늘 자녀들에게 하늘 부모님은 먹어야 낫는다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새 언약을 먹여주셨다. 때론 버거워하고 힘들어할 때도 우리를 탓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가슴에 있는 사랑과 희생으로 잘 개어 자녀들의 입에 넣어주신다. 그 사랑을 어찌 다 갚을 수 있을까. 하늘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에 진정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