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 몸이 안 좋아 조퇴하고 집에 온 적이 있다. 시골 동네까지 들어가는 버스가 몇 대 없어서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고 동네 입구에 내렸다. 집에 도착해 잠을 청했는데 아빠가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은주야, 어디가 아파서 왔어?”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딸의 모습을 논일하다가 보셨나 보다. 아빠는 무섭고 말수도 적고 집에서 일만 하시는 분인 줄 알았는데 그때 아빠의 따뜻함을 느꼈다. 아빠의 그 한마디가 무척이나 좋았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쯤, 가정형편이 어려워 야간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했다. 같은 학교에 진학한 친구와 나를 아빠가 대전까지 데려다주셨다. 우리를 기숙사에 들여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아빠는 많이 우셨다고 한다. 나중에 아빠는 그 이야기를 자주 하셨고, 난 또 그 소리 한다고 볼멘소리할 때가 많았다. 아빠가 곁에 계시지 않는 지금은, 아빠와의 추억을 생각하면 아빠가 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아버지의 사랑을 통해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자녀 향한 마음이 어떠한지 기쁨으로 애절함으로 깨닫는다. 아버지 어머니께 받은 사랑을 형제자매에게 베풀며 관심과 배려를 나누는 자녀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