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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

엄마의 사랑을 무기 삼아

사도임이23.04.153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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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아이는 내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잔소리가 심하다 싶으면 내게 엄포를 놓으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엄마, 그렇게 하면 나한테 일주일 뽀뽀 금지야” “엄마, 그렇게 안 해주면 열 밤 동안 나를 안을 수 없어” 하는 식이다.

    협박에 굴하지 않고 대꾸조차 하지 않으면 아이는 조급해져, 뽀뽀 금지가 한 달로 늘었다는 둥 밥을 잘 안 먹겠다는 둥 극단적 전술을 펼친다.

    겉으론 당당한 척하지만 속으론 얼른 엄마가 손 내밀어 주길 바라는 아이의 마음이 훤히 보여 안쓰러울 때쯤 훈계를 멈추고 아이의 감정을 살펴준다.

    금방 기분이 풀린 아이는 선심 쓰듯 “엄마, 뽀뽀 금지 풀어줄게, 지금 한번 안아봐” 하며 내 품에 쏙 안긴다.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엄마의 사랑을 무기 삼아 기세등등한 딸아이를 보면서 하늘에서 범죄하고 이 땅에 쫓겨 내려온 죄인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내 모습을 돌아본다.

    죄인이 무엇으로 당당할 수 있겠으며 무엇을 가지고 자신의 변호할 무기로 삼을 수 있을까.

    그런데도 나는 ‘회개하면 어머니께서 용서해 주실 거야.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시니까’라고 하면서 같은 죄를 반복해 지으면서도 어머니의 사랑을 무기 삼아 죄책감을 덜었다. 당연하다는 듯 어머니의 이해와 희생을 끊임없이 강요했다.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자녀들의 죄 짐을 감당하시는 어머니. 이제야 그 고난의 흔적이 선명히 보인다.

    자녀이기에 죄인이라도 품어 안아주신 하늘 어머니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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