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Menu

깨달음

선물하는 이의 마음

2025.09612
  • 글자 크기




  • 저는 지인에게 선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고 기뻐할 상대의 모습을 생각하면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거나 귀찮지 않고 즐겁습니다. 상대가 선물을 열어보며 어떤 표정을 지을까, 행복하게 웃을까, 감동의 눈물을 흘릴까 반응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선물은 받는 사람만 기분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는 사람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선물을 준비할 때 심사숙고해서 상대가 좋아할 만한 물건을 골라 구매하고 예쁜 리본과 종이로 포장하는 과정 자체가 두근두근하며 설렙니다. 포장지도 대충 아무거나 쓰지 않습니다. 내용물과 선물을 전하는 상황에 딱 알맞은 적절한 포장지를 찾아 사용하지요. 선물이나 포장지나 예쁘고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상대와 상황에 적절한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받는 이의 감동이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르신 팔순 잔치에 돌맞이 아기에게 줄 법한 선물을 드린다면 어떨까요? 아무리 고급스러운 선물이라도 감동은커녕 황당하기만 할 것입니다.

    선물하는 행위는 상대를 향한 관심이 지대하다는 증거입니다. 선물은 대체로 상대를 응원하고 축하하기 위해 건네는 정성인데, 그 정성을 건넨다는 것은 상대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알고 있다는 관심의 표현입니다. 먼발치에서든, 가까이에서든 상대를 섬세하게 관찰해야만 가능한 일이지요. 그렇게 관심을 가져야 상대에게 필요하고 그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을 건넬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이와 같지 않으실까 합니다. 여러 계획과 설렘을 가지고 우리에게 주실 선물을 준비하셨겠지요. 하나님께서는 자녀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 자녀를 가장 기쁘게 할 수 있는 선물을, 가장 완벽한 상황에 가장 적절한 포장과 함께 주십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관심의 전부를 두시고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쉬지 않고 일하시며 예비하십니다.

    하나님의 선물은 돈, 명예, 평탄한 삶, 병 낫는 것, 시험에 합격하는 것 정도가 아닐 겁니다. 가장 좋은 선물은 천국에 들어갈 사람으로 거듭나는 영적인 성장이니까요. 하나님의 선물은 고난이라는 포장에 싸여 있기도 합니다. 귀한 하나님의 선물을 받았는데도 고난만 주신다고 원망하거나 하나님의 은혜를 당연하게 여겼던 건 아닐까 돌아봅니다. 저도 제가 준비한 선물을 상대가 미워하고 싫어한다면 상처를 받을 텐데, 제게 선물을 주신 하나님께 상처를 드리지는 않았는지 반추합니다.

    내게 주어진 작은 시련은 어쩌면, 하나님께서 이런저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해결하시고 다듬고 또 다듬어서 딱 맞는 순간에 내게 도달하게 하신 하나님의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헤아릴 수 없는 노고로 허락하신, 고난이라는 포장에 싸인 선물의 정체가 ‘아, 내가 아직 부족하구나.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우리를 깨닫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저는 두려워집니다. 저를 천국으로 돌이키기 위해 하나님께서 그만한 수고를 하시는데 그 은혜를 어느 정도 인지했는지, 충분히 감사했는지, 과거를 되짚어보면요. 앞으로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을 그저 원망하다가 소모해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고난과 시련 속에 반드시 내가 배워야 할 것, 즉 하나님의 선물이 숨겨져 있음을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그것을 찾아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새 언약의 도’ 아닐까요.
    더 보기
    뒤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