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직장을 다니며 믿음을 지킬 수 있는 건 큰 축복이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주위에 말씀의 씨를 뿌려도 잘 뿌리내리지 않는 환경에 간혹 지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복음을 도우러 오는 한국 단기선교단을 보며 현지 식구들은 물론이고 저 역시 좋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짧은 기간에 복음의 결실을 얻는 식구들에게 어떤 비법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에 맞게 마음을 새롭게 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골든위크’를 맞이했습니다.
일본에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즉 ‘골든위크’가 있습니다. 직장생활이나 학업에 지친 사람들은 대부분 골든위크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거나 고향을 방문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휴가를 활용해 복음에 매진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비슷한 입장에 처한 일본 전역의 식구들은 작년부터 이 기간을 이용한 연합 단기선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저도 그 여정에 동참했습니다.
도쿄 근처, 아직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도시들로 선교지가 정해지고 단기선교단이 꾸려졌습니다. 일본 각지에서 모인 식구들은 온라인으로 모임을 갖거나 연합 기도를 올리며 선교를 준비했습니다. 이날을 위해 휴가를 아껴둔 식구, 호텔비와 교통비를 몇 달 동안 모아 오사카에서 신칸센(일본 고속철도)을 타고 오는 식구, 회사를 마치고 바로 합류하는 식구, 편도 2시간 거리의 집에서 아침 일찍 전철을 타고 와 저녁에 돌아가는 식구 등 하나님께 기쁨 드리고자 하는 식구들의 열정에 힘이 났습니다.
제가 속한 선교단은 도쿄 동쪽의 지바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일본에서 지낸 지 꽤 되었기에 자신감을 갖고 전도에 나섰는데, 휴가철인 만큼 사람들은 다들 자기 나름의 바쁜 일정을 보내느라 말씀에 무관심했습니다. 예상한 일이기는 했지만 일정 절반이 지나도록 아무런 결실이 없으니 점점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포기’라는 단어가 스멀스멀 떠오를수록 더욱 집중한 일이 있습니다. 매일 오전, 정해진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모여서 진행한 기도 모임입니다. 저녁까지 전도한 다음 날 아침이면 조금 더 자고 싶기도 했지만 자녀들의 연합을 기뻐하시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매일 모임을 가졌습니다. 지내온 환경도 국적도 저마다 다른 저희는 어머니께 기쁨 드릴 하늘 가족을 찾게 해달라는 주제로 날마다 간구하며 하나 되어 갔습니다. 서로를 다독이며 힘차게 하루를 시작하니 어느새 포기는 잊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예상치 못한 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전철이 지연될 정도로 점점 거세져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날이었습니다. 바다와 가까운 지바는 날이 따듯해도 바닷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비까지 내리니 차가운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오후 일정을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하던 차, 오전에 만난 분이 성경 공부를 이어가다 마침내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이전에 말씀을 살폈던 분이 다시 연락이 닿아 하나님 품으로 나아오기도 했습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안식일 예비일에 침례를 받고 다음 날 함께 안식일을 지킨 아케미 자매님, 하나님의 진리를 찾고 있었다며 자신에게 말씀을 전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왕보 형제님, 3교대 근무 후 피곤한 퇴근길에도 복음을 듣고 바로 하나님을 영접한 메구미 자매님 등 천하보다 귀한 8명의 형제자매를 찾았습니다. 시온의 향기로만 들었던 이야기들이 일본에서도 이뤄지자, 선교단원들은 새 생명이 탄생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너나 할 것 없이 기뻐했습니다.
이번 단기선교는 현지 식구들과, 이곳에서 장기선교 중인 식구들 모두 큰 깨달음을 얻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껏 저희는 단기선교단을 맞이하는 입장이었지 직접 단기선교단이 되어 활동하는 시간은 적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일본에 왔을 때의 간절함과 감사함, 말씀의 씨앗을 뿌렸다는 기쁨, 하나님께서 내게 복음 전할 사명을 맡겨주셨다는 책임감 등 가장 기본적이고 소중한 것을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안 될 것 같은 환경에서도 예정하신 뜻을 이뤄가시는 하나님의 권능도 느꼈습니다.
천국은 밭의 보화를 찾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일본이라는 큰 밭에서 황금 같은 식구들을 찾을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번에 얻은 깨달음을 마음에 새기고, 이제 일본도 잘 될 것이라고 하신 말씀을 믿으며 복음을 전하는 자녀가 되겠노라 다짐합니다. 반드시 완성될 천국 복음, 일본 복음의 현장에 저를 보내주신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일본에 황금 같은 알곡 열매들이 주렁주렁 맺혀 일본 전역에 하나님의 영광이 환히 비취는 날까지 열심히 달리겠습니다.